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를 두고도 중국의 말보단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한중 교류 상황을 볼 때 중국이 북러의 지나친 밀착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란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의 방북 등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개최된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개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적 수사는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한 국가의 의도를 확인하려면 말보다는 행동을 보는 게 좋다"면서 그 근거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와 겹친 한중 외교안보대화의 일정을 바꾸지 않고 중국 장쑤성의 신창싱(信長星) 당서기가 방한한 점 등을 지목했다.
통상 우방국들은 중요한 외교 행사를 치르기 전에 상호 사전통보를 하는 게 외교적 관례이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와 신 당서기 방한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북러의 과도한 밀착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최근 방한한 중국 인사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한중 외교안보대화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차관급이다.
19~20일 방한해 한국 측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할 예정인 신 당서기의 경우 중국 내 지방정부 중에서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장쑤성의 대표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있다. 신 당서기에 앞선 4월 한국을 찾았던 랴오닝성의 하오펑 당서기는 1982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42년간 중국 중앙·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서 다양한 실무와 행정 경험을 갖춘 고위 관료이며, 랴오닝성은 중국 동북 지역의 전략적 요지이자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이다.
실제 정부도 최근 북중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 간 산책을 기념하기 위해 랴오닝성 다롄시에 만들었던 발자국 동판을 제거한 점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에도 북중 국경을 완전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점 ▲북한이 대만 총통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일본 지진 당시 위로 서한을 보냈던 김 위원장이 중국의 자연재해 피해엔 별다른 입장이 없는 점 등을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9년 만에 차관급으로 격상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한 점도 중국 측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이 한국과 교류·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행보가 단지 상대의 경계심을 늦추려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한 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 당국자는 "나라 간 관계가 사람 관계와 비슷해 어떤 일이 있을런지 예측할 수 없으나 (북러가 밀착하는)현 상황에서 (서로) 만나 자주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6시간 넘게 이어진 것도 첨예한 갈등이 많아 길어졌다고 이해하진 않아도 된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얘깃거리가 많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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