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힘들어요"…경기부진에 자영업자 줄폐업[현장]

기사등록 2024/06/20 07:00:00 최종수정 2024/06/20 08:07:20

신촌 식당가 찾아보니… 점심시간도 '한산'

서울 지역 1분기 폐업률 2년새 2.7%→4%

"대출 받아 문 연 가게는 전부 폐업 수순"

경기부진 장기화 예상…"근본적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폐업한 음식점 유리창에 임대를 안내하는 안내가 보인다. 2024.06.19. victory@new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요새 가게에 손님이 없어서, 불안할 때면 동네를 한 바퀴씩 돌곤 해요. 그러면 옆 동네에서는 60%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기도 하고… 우울하죠. 저희도 인건비라도 줄여보고자 직원을 줄였어요."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부진의 장기화로 문을 닫는 식당이 늘고 있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전날 오후 찾은 서대문구의 한 식당가. 한창 손님이 몰려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길거리는 물론 식당 안에서도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한 일식당은 5개 테이블 중 2개의 테이블에 사람이 차 있었고, 인근의 한식당은 4명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보다 규모가 큰 다른 식당 역시 15개 테이블 중 3분의 2는 비어있었다.

골목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아예 썰렁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거리를 걸으며 20여개의 식당을 지나는 동안 폐업한 가게가 4곳 있었고, 행인도 많지 않았다.

이날 만난 식당 점주들은 물가 때문에 비용은 느는데 손님은 자꾸만 줄어 가게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버는 게 코로나 때보다도 좋지 않다"며 "고깃값만 해도 1년에 10%씩 오르고, 직원 인건비도 부담돼 동생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권에 대해서는 "올해 경기가 어려우니 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던 사람들도 하나만 두고 다 처분한다는 식"이라며 "대출받아서 운영하는 가게들은 그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가. 한창 손님이 몰려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거리가 썰렁하다. 2024.06.19.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문을 닫는 식당이 늘었다는 건 통계로도 나타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외식점포 수는 5922개로 2022년 3911개와 비교해 2년 만에 25.9% 증가했다.

전체 점포 수 대비 폐업한 점포의 비율을 뜻하는 폐업률은 2022년 2.7%에서 2024년 4%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했던 2020년 4.4%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부진의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 대비 0.2%p(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0.19%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간 내에 내수 경기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침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부채가 누적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결국 폐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내수가 살아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종전환을 돕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근본적인 환경이 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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