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 대화하겠다" 최운열 신임 한공회장, 과제는

기사등록 2024/06/19 19:49:28 최종수정 2024/06/19 23:18:52

신외감법 발의자…"회계 개혁 완수" 회계사들 기대

금감원과 관계 재정립 필요성…중소형사·지역과 '상생' 이슈

한국공인회계사회 제47대 회장에 최운열 회계사가 선출됐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직접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통해 회계 개혁을 주도했던 최운열 회계사가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서 개혁의 유지와 완수 임무까지 맡게 됐다.

특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신외감법의 명분을 기업들로부터 지켜내고 동시에 당국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감사 품질 관리에도 협조하는 등 대외 소통 능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업계 경력 無' 한공회장…"신외감법 사수" 염원 반영

한공회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열고 제47대 회장에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최 신임 회장은 46.06%의 득표율을 얻어 경쟁 후보였던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28.35%),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 회장(25.59%)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 본인조차도 회계업계 경력이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지만, 회계법인 규모와 지역, 회계사 간의 세대와 성별 등 차이를 뛰어 넘어 '신외감법 사수'라는 공동 목표에 대한 업계 열망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업계 경력은 전무하지만, 최운열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을 지내며 현행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신외감법은 상장사 등이 6년 간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후 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전에 회계법인은 기업의 감사인이기 이전에 감사 수주를 따내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기도 했던 만큼, 감사인 지정제는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와 회계 투명성 제고 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공인회계사들의 위상을 높여준 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외감법이 기업 등에 의해 공격을 받으면서 '신외감법이 무력화' 위기감이 회계업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외감법 효과를 전면 검토하는 과정에서 주기적 지정제의 축소, 현행 '6+3'년이 아닌 '4+2'년 주기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또 최근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는 기업들에게 지정 감사 면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혀 신외감법 후퇴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운열 회장은 출마 계기에 대해 그는 "신외감법 정신이 흔들릴 긴장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던 경험을 살려 반드시 법 정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회장에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상 능력 관건…"당국과 대화하겠다"

당장 눈앞의 과제로는 밸류업과 연계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 사안이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밸류업 기업들에 대한 감사 인센티브를 방향성으로 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두고 있는 만큼, 당국의 방향성 자체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운열 회장은 상장사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밸류업에 회계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제 금융 시장에선 회계 투명성의 가치와 지배구조 가치 중 회계 투명성의 가치를 더 우선시 한다"며 "이건(지정 감사 면제 인센티브) 밸류업이 아니고 밸류 다운"이라고 강조했다.

신외감법 이후 기업들의 비용 등 부담 호소에 당국은 '감사 품질 제고'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점도 업계 불만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 신임 회장은 신외감법 명분을 보호하면서도 업계 불만은 적절히 전달하는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금감원은 상장사를 감사하는 등록 회계법인 41곳에 대해 직접 감리를 나가는데, 업계에서는 최근 금감원 감리가 감사 품질 본질뿐 아니라 인사, 조직, 예산 등 경영 전반까지 들여다보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불합리한 행정 당국의 감독 및 품질관리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회계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회계산업의 정책과 감리 등을 모두 아우르는 법 테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출마사에서 "정책당국, 정치권, 언론, 학계에 걸쳐 넓게 형성된 인맥을 바탕으로 우리 공인회계사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향상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상생하는 회계업계' 과제도

규모별, 지역별로 차이가 큰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는 세 후보 모두가 공약으로 내세운 부분이기도 하다.

회계업계에서는 '빅4'로 불리는 삼일·삼정·한영·안진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있어왔다. 2022년 금융당국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빅4만 맡을 수 있도록 외부감사 규정을 개정했다. 또 역대 한공회장을 빅4 출신들이 맡아온 것이 빅4와 중견·중소 법인 간 격차를 벌인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 역시 있었다.

최운열 회장은 규모별 시장을 구분해 중소형 법인들이 시장 고유 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이해 관계 조정 및 부당 경쟁 방지에도 힘쓰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방 공인회계사에 대한 지원 역시 공약에 담겼다.

늘어나는 청년과 여성 회계사의 목소리를 수에 비례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여성 회계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출산 후 경력 단절 문제 등에 대한 고민과 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청년 회계사 역시 70%를 넘어가고 있지만 한공회 등에서의 목소리는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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