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사비 급등·PF 부실…건설업계 '삼중고'
미분양 해소 위한 조세 완화 등 추가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설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폐업이나 부도 등 경영 위기가 최근엔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소재의 시공능력 193위의 중견 건설사인 한동건설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금융권 이자 연체 등의 문제로 회생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일시적인 자금 경색 흐름이 해소되면서 회생 절차를 중단했다. 또 인천 소재의 영동건설(시공능력평가 176위)과 선원건설(126위), 새천년종합건설(105위) 등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앞서 광주·전남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남양건설이 기업회생절차 종결 8년 만에 또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또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99위를 기록한 광주·전남 대표 건설사인 한국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 등 2곳도 최근 경영난으로 부도 처리됐다.
실제 건설업계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건설사는 전국 24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까지의 누적수치(187건) 대비 53건 늘어난 수준으로, 약 10여 년 전인 2011년 1~5월(2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전문건설사를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지난달 말 기준 폐업 공고를 낸 전문건설사는 총 1301곳으로, 이를 포함하면 올해 전체 건설업체에서 나온 폐업신고 공고는 1541건에 달한다.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것이라 전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일 ‘2024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가 전년 대비 17.4% 급감한 수치다.
특히 민간 수주가 토목과 건축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전년 대비 16.1%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건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만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전체 수주 감소를 이끌고 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착공 감소에 따라 올해 건설 투자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건산연은 2022년부터 이어진 착공 감소 영향으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공사가 모두 부진해 전년 대비 1.3% 줄어든 302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조세 완화와 미분양 해소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해 당분간 신규 수주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건설산업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취득세나 양도세 등 조세를 완화하는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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