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동료 평가 좋지 않아 계약 갱신 어려워"…퇴사 위기
원칙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 끝나면 계약 자동 종료
갱신기대권 인정되면 사측의 부당해고 인정받을 수 있어
정규직 전환 관행이나 업무 특성상 연장 필요성 등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한 중소 IT업체에 재직 중인 8년차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근로계약갱신이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이직을 하면서 정규직이 아닌 1년 계약직으로 입사를 하게 됐는데, 회사 측은 망설이는 A씨에게 '1년 후 별 문제가 없다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동료들로부터 평가가 별로 좋지 않다며 정규직 전환은 어렵다고 했다는 것. A씨는 "사실상 정규직이라고 하는 말만 믿고 입사했는데 이제와서 계약 연장이 안 된다니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로, 항상 논쟁을 불러오는 주제다. 계약형태가 다를 뿐이지만, 일자리 안정성에 있어 많은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식비, 명절 성과급 등 각종 수당을 비정규직은 쏙 빼고 정규직만 지원하는 회사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제정돼 기간제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1년 이하의 '쪼개기' 계약으로 꼼수를 쓰는 회사들도 있다.
A씨는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입사했지만, 이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할 상태에 놓여있다. 과연 A씨는 입사 때의 약속을 근거로 이 같은 계약만료가 부당해고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정규직은 법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계약직은 계약 기간 중 해고가 아니라면 근로계약 종료가 매우 쉽다. 계약서 상 계약이 끝나는 날 근로관계가 자동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때 정규직과 달리, 근로관계 종료 30일 전 근로자에게 이를 통지해야 한다는 의무는 계약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해고예고수당 역시 주지 않아도 된다. 법적으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는데, 바로 '갱신기대권'이 있는 경우다.
갱신기대권은 1994년 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온 대학 시간강사들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개념이다.
당시 대법원은 "기간을 정해 채용된 근로자라고 할지라도 장기간에 걸쳐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돼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고, 그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후 법원은 계속해서 계약직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넓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적으로 해온 사례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관행이라거나 업무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면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경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 이를 근로자 본인이 입증해야 하므로 A씨와 같이 한 차례의 기간제 계약을 한 경우,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1년 후 정규직 전환 가능' 등의 문구가 없다면 입증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해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대표변호사는 "구두약속이라고 해서 약정이 무효라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이를 부인하거나 입증이 안된다면 결국 다른 근로자들이 어땠는지, 업무 특성상 연속상이 필요한 것인지 등 객관적인 요소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1회 1년의 계약이라면 갱신을 기대할 만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는지가 중요하다"며 "회사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없다면 계약이 연장된다는 말을 했다거나, 다른 근로자들도 대부분 연장이 됐다면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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