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전쟁' 유로 2024 개막…칼같은 AI 심판 뜬다 [사이언스 PICK]

기사등록 2024/06/15 08:10:00 최종수정 2024/06/15 08:56:52

카타르 월드컵서 첫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개선해 적용

AI와 카메라가 22명 선수의 29개 신체부위 실시간 관측해 판정 지원

[블랑켄하인=AP/뉴시스]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키어런 트리피어(왼쪽)와 해리 케인이 유로 2024 세르비아와의 C조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훈련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4.6.13.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오늘 개막하는 'UEFA 유로 2024'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AI(인공지능) 기술들이 판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던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SAOT) 등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적용된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유로 2024 개막을 앞두고 이 '축구 전쟁'에서 활용될 AI, VAR, 위치 측정 기술 등에 대해 분석했다.

현대 축구에서는 많은 첨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이같은 첨단 기술 활용의 정수를 보여줬다. SAOT 시스템을 첫 도입하면서 말 그대로 '간발의 차'로 수많은 오프사이드 반칙을 잡아냈고, 이를 통해 수많은 경기 결과가 뒤집힌 바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첫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 (사진=FIFA) *재판매 및 DB 금지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이변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아르헨티나는 4골 중 3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며 2골을 넣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범한 오프사이드 중 일부는 육안으로는 파악이 안될 정도로 미세했으나, SAOT 시스템이 이를 잡아내 더 정확한 판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같은 SAOT 시스템은 AI가 실제 사람 심판이 볼 수 없을 때도 선수들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이렇게 확보된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반칙이나 골 여부 등을 파악하게 해준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약 3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최신 기술이다.

SAOT 시스템이 적용된 축구 경기장에는 10개의 카메라가 설치돼있다. 이 카메라들이 경기장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의 신체 부위 29곳의 위치를 추적하게 된다. 한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이 총 22명인 만큼 600개 이상의 지점을 동시에 관찰하게 되는 셈이다. 카메라가 확보한 위치 데이터는 초당 50회씩 컴퓨터에 입력된다.

이를 통해 사람 심판이 볼 수 없을 때에도 AI와 카메라가 선수들과 공이 경기장 어디에 위치하고 있고, 선수들의 신체부위와 공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오프사이드 판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VAR(비디오 보조 심판)' 시스템. (사진=FIFA)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AI 기술이 가장 활약하는 분야는 오프사이드 반칙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오프사이드는 미세한 차이 만으로 경기의 승패까지도 가를 수 있는 만큼 축구계는 VAR(비디오 판독심) 등의 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육안으로 확인하게 되는 만큼 판정 문제는 꾸준히 지속돼왔다.

SAOT 시스템은 AI가 육안보다 훨씬 정확한 판단을 내려준다. 각 선수들에게 수집한 29개의 신체 부위 데이터를 3차원으로 렌더링함으로써 신체 부위들이 오프사이드를 범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같은 3D 렌더링 기술은 골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골라인 기술'에 접목할 수 있다. 축구 규칙에 따르면 공이 골라인을 단 1㎜만 넘어가지 않더라도 골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골라인 기술로는 공이 골키퍼의 품에 안겨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정확한 판정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SAOT 시스템을 이용하면 컴퓨터로 공의 3D 측면을 렌더링해 골 여부를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같은 AI 기술은 더 빠른 판정도 도와준다. 기존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오프사이드 판정 등이 이뤄졌으나 판정이 끝날 때까지 평균 70여초가 소요되며 경기를 지연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SAOT 시스템을 도입하면 판정 소요 시간이 30초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SAOT 시스템이 100% 완벽한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카메라가 경기장 내 모든 동작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 알고리즘에 오류가 없는지, 수집 대상이 되는 29곳의 신체 부위 외 다른 부위로 인해 판정 시비가 걸리는 지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SAOT 시스템의 오차 범위는 0.5㎝ 미만 수준이다. SAOT 시스템을 활용하면 적어도 사람의 육안보다는 훨씬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첫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로 선수 신체 부위의 위치 데이터를 파악하는 모습. (사진=FIFA) *재판매 및 DB 금지
AI 기술 뿐만 아니라 이번 유로 2024 대회에서는 축구공 안에도 더 정확한 위치 측정을 가능케 하는 관성 측정 장치 센서가 탑재 된다. 이 센서는 카메라보다 10배 빠른 초당 500회의 속도로 데이터를 수집해 비디오 판독실로 전송해준다. 공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추적해줄 뿐만 아니라, 공이 충격을 받을 때마다 정확한 시간과 접촉 지점을 확인할 수 있어 골이나 핸드볼 등 어려운 판정을 내리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에 내장된 센서는 약 14g 수준으로 공인대회 축구공이 지켜야 하는 무게인 410~450g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시속 90㎞ 이상의 속도로 가해지는 발차기 충격이나 압력에도 문제 없이 버틸 수 있다.

다만 네이처는 SAOT 시스템이 '반(半)' 자동이라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전히 축구 경기 판정에는 인간의 결단력 요소가 관여된다는 것이다. 핸드볼 파울 등에서 선수의 의도성이 있는지 여부 등은 결국 사람인 심판이 판단해야 하고, 이로 인해 카드의 색(옐로카드·레드카드)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처는 "SAOT 시스템 같은 AI 기술이 도입됐다고 해서 로봇 심판 시대가 당장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파울 결정이나 옐로·레드카드 등은 여전히 인간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미래에는 심판이 AI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 렌즈 등의 장비도 도입될 수 있다. AI의 연산력이 빨라질 수록 더 빠른 판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유로 2024는 오늘부터 7월15일까지 독일에서 진행된다. 결승전은 한국시각으로 7월15일 새벽 4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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