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선 민심, 입법 독주 아닌 진짜 민생…민주 착각 말아야

기사등록 2024/06/12 13:12:10 최종수정 2024/06/12 15:26:53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이재명 대표의 정책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지, 실제 성과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향만으로 성공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재의요구권(거부권) 정국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민생에 방점이 찍힌 '이재명표 공약'들이 대통령실 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정식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 대한 평가였다. 실제 정책을 만들겠단 의지라기보단 입법 준비 단계에서부터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하는 것처럼 들렸다.

민주당은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 모습을 보면 진정성이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 있다. 오히려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를 유발시켜 국회에선 정부·여당과의 끝 없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3개의 법안은 모두 여야 숙의의 장인 상임위를 거치지 않은 채 직회부 처리됐다.

거대 야당은 새로 시작된 22대 국회도 일방적인 독주로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 효과적인 정권 공세를 위한 쟁점 상임위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10일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를 모두 가져가는 전례를 남겼다. 남은 7개 상임위도 민주당 몫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하는 국회가 필요하다는 독주의 명분과 달리 민주당은 민생과는 동떨어진 윤석열 대통령 부부 내외를 겨냥한 특검 처리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개원 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3건의 특검법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하나는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담당검사를 수사하는 특검법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인 22대 국회라면 민주당이 그리는 '강한 국회'를 일사천리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장악한 국회와 거부권을 쥔 대통령실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안들은 정쟁 속에 파묻히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범야권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채 해병 특검법 재표결 통과 여부를 계산했다. 특검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는 사이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한 법안이 1700여건 발생했다. 수년째 국회서 묵혀뒀던 구하라법 등 폐기된 민생 법안이 수두룩하다.

민주당 정책으로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총선에서도 압승했다고 고무될 수 만은 없는 이유다. 여당을 견제할 뿐 아니라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이번 171석의 의미다. 무력한 여당과 불통 대통령실만 탓하기엔 민주당에 주어진 책임이 막중하다. 민생을 내팽개친 불필요한 독주는 합리화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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