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자사 제품에 생성형 AI(인공지능)를 결합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시스템을 선보였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존의 음성 비서 '시리'를 한층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AI가 글쓰기, 알림 요약, 이미지 생성 등의 작업을 도와주게 된다.

애플은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24) 키노트를 통해 iOS 18, 아이패드OS 18, 워치OS 11, 비전OS 2, 맥 OS 세쿼이아 등 새로운 OS(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소개했다.

올해 WWDC24의 핵심은 애플 최초의 AI 시스템 공개다. 애플은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인화된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서 언어, 이미지, 동작 등에 AI를 접목할 수 있다.

먼저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기기 내 앱과 데이터 등에 접근할 수 있다. 이같은 과정은 '온디바이스 AI'로 기기 내에서만 안전하게 이뤄지며,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클라우드 AI'로 애플 실리콘 기반의 서버와 필요 데이터를 주고 받게 된다. 이같은 두 종류의 AI 형태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AI'로 구현되는 셈이다.
이같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은 음성 비서 시리의 진화다. 시리는 이제 더 자연스러운 대화와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단순한 명령-응답을 넘어 맥락에 맞는 대화가 가능해지고, 시리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화면을 인식할 수 있게 돼 앱을 통한 작업을 요청할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시리에게 '내 운전면허 번호가 뭐지?'라고 물으면 시리가 기기 내 운전면허증 사진을 찾고 해당 번호를 추출해 알려주는 식이다. 애플은 시리가 시간이 지나며 학습량을 늘려갈수록 사진, 캘린더 일정 조정, 파일 분석 등 더 많은 앱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폰 등 제품에 대한 지식도 학습해 보다 복잡한 기기 활용법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한층 진화한 시리는 '리라이트(Rewrite)'라는 기능을 통해 메일과 같은 앱에서 사용자가 쓴 글의 문맥을 바꾸거나 오기 등을 교정해줄 수도 있다.

또 애플은 이날 WWDC에서 오픈AI와의 협업을 공식화하고 시리에서 챗GPT에 직접 접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단순한 버전의 챗GPT가 아니라 진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최신형 'GPT-4o'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리와 챗GPT가 통합되면서 시리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경우에는 챗GPT가 시리 대신 답변을 해줄 수 있고, 시스템 전반에 적용되는 쓰기 도구에도 챗GPT가 통합돼 글을 쓸 때도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계정을 생성하지 않고도 챗GPT에 무료로 액세스할 수 있으며, 기존 챗GPT 구독자라면 계정을 연결해 ㅇ플 기기에서 바로 유료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

시리 기능 강화 외에도 애플 인텔리전스는 AI가 즉석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기능도 제공한다. 원하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입력하고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스케치 등 형태를 선택하면 요구에 맞는 이미지를 AI가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기기 내 다른 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폰의 애플 인텔리전스는 '젠모지(Genmoji)'라고 불리는 나만의 맞춤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서핑보드를 타고 있는 티라노'를 입력하면 AI가 기존 애플 이모티콘과 비슷한 형태로 새로운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생성된 젠모지는 아이폰의 메시지 앱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과 관련한 AI 기능도 추가된다. '청자켓을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마야',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케이티'처럼 자연어를 활용해 기기 내 사진을 구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된다. 동영상 클립 중간에 나오는 특정 장면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해져 영상의 해당 부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새로운 정리 도구는 사진 배경에서 거슬리는 요소들을 AI가 식별해 실수로 피사체까지 수정하는 일 없이 해당 요소들만 지워준다.

기기에 표출되는 다양한 알림, 메시지를 AI가 살펴보고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도 담긴다. 최우선 알림이 알림 스택 최상단에 표시돼 중요한 알림을 보여주고, 요약본을 통해 긴 알림이나 쌓여 있는 알림도 빠르게 훑어볼 수 있다. 사용자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집중 모드인 방해 요소 줄이기 기능은 '오늘 아이 어린이집이 일찍 마친다'는 문자처럼 당장 확인해야 하는 알림만 골라 띄워준다.
이같은 AI 성능이 추가되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15 프로 라인업'이 필요하며, 아이패드나 맥은 M1 칩 이상의 AP(앱 프로세서)가 장착돼있어야 한다. 또한 애플 인텔리전스가 포함된 iOS 18, 아이패드OS 18 등 최신 OS는 오는 7월 영어 베타 버전이 출시되며, 공식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혁신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게 되어 무척 기쁘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애플 제품으로 이룰 수 있는 일, 애플 제품이 사용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며 "애플 고유의 방식을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사용자의 개인적인 상황 및 맥락과 결합해 유용한 AI 역량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스마트한 역량은 사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들을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에 액세스할 때도 개인정보와 보안에 만전을 기한다"며 "오직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이며, 사용자들이 그 능력을 적극 경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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