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가상자산으로 보려는 건 아냐"
"자율 판단 어렵다면 금융당국 문의 가능"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다음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가상자산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취급하면서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NFT를 무리하게 가상자산으로 판단해 규율 받게 하려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요섭 금융혁신기획단장은 10일 공개한 'NFT의 가상자산 판단 가이드라인'과 관련 "특정 NFT가 가상자산이냐 아니냐를 바로 답변하기는 어렵다"며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사업자들이 스스로 판단 가능하다고 보는데 어렵다면 금융당국에 문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 단장은 "NFT가 만들어져서 잘 쓰이게 하는 게 바람직하고 과도하게 NFT를 가상자산으로 판단해서 무리하게 규율받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가상자산성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4가지 기준(대량·대규모 시리즈 발행, 분할 가능, 지급수단 사용, 다른 가상자산으로 상호 교환)을 그런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고, 지나치게 확대해서 가상자산이 아니냐고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NFT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판단위원회(가칭) 설치를 검토 중이다. 유권해석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단장은 "계도기간이 따로 없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다음달 19일 시행되기 때문에 시행일부터 바로 적용된다"며 "NFT의 가상자산 여부 판단기준을 오늘 배포했기 때문에 NFT 거래소나 지갑 제공 사업자는 이 판단기준을 검토한 뒤 해당되는 게 있는지 점검하고 거래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 단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NFT를 유통·취급하고 있는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건가.
"현재 NFT를 유통·취급하고 있는 사업자는 먼저 현재 자신이 유통·취급하는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하고, 사업 내용이 특정금융정보법 제2조제1호하목의 '매매, 교환, 이전, 보관·관리 및 매매·교환의 중개·알선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되고, 위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경우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 대상이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는 형사처벌 대상(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신고대상 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수행하는 등 법령을 준수해야 하며, 가상자산에 해당되는 NFT의 유통·취급 중단,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등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에 문의할 수 있다."
-NFT가 대량 또는 대규모 시리즈로 발행돼 가상자산에 해당되는 구체적인 기준은 어떻게 되나.
"대량 또는 대규모 시리즈로 발행돼 가상자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사례별로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NFT의 총 발행 수량, 유사 또는 동종 NFT 발행 여부 및 그 수량, NFT의 가격, 거래빈도 등 거래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단순하게 특정 발행량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다음 사정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에 포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총 발행량 1000개 초과시 가상자산으로 간주한다고 했을 때 국제 표준 또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정한 수량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경우 NFT 활성화 등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주요국,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도 사례별로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하여 전자적 증표의 실질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수량기준 한도까지만 발행하는 등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당 기준을 악용할 우려가 크다."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NFT를 파는 것뿐 아니라 전부 매각을 하거나 다른 NFT와 교환하는 사례도 일어난다. 이런 경우 가상자산으로 볼 여지가 있는 건가.
"개인 간에도 물물교환을 할 수 있지 않나. 한 두번의 교환까지 다 포함해서 가상자산으로 보겠다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지급수단으로 쓰일 정도로 누구한테 가든지 내가 가진 NFT로 바꿔주는 게 해당된다. 즉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교환할 수 있다면 지급수단으로 쓰이는 게 될 수 있는데 거래횟수가 몇번 없거나 하면 일반적인 지급수단으로 사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몇건 이상 거래가 되면 가상자산이고 몇개 이상 발행되면 가상자산이라고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
-개별 성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전문가 평가가 중요할 것 같다. 판단위는 언제부터 열릴 예정인가. 사업자들한테 미리 가이드라인을 공유했을 때 먼저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나.
"일단 사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했다. 의문되는 게 있었으면 당국에 문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 NFT가 가상자산인지는 원칙적으로 해당 부서에서 책임지고 판단해야 되는건데 가상자산과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구성 논의는 만들어진 이후 생각할 수 있고, 유권해석 신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신속하게 구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가상자산으로 보는 4가지 요건(대량·대규모 시리즈 발행, 분할 가능, 지급수단 사용, 다른 가상자산으로 상호 교환)은 중요도 순으로 열거한 건가.
"공식 답변으로는 꼭 그렇지 않다. 제일 판단하기 쉬운, 빨리 인지할 수 있는 순으로 기재했다. 대량으로 보려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이런 게 마련되지 않아서 정해진 건 없다. 판단위가 만일 구성되면 전문가들과 논의해봐야겠지만 어떤 요건이 더 중요하거나 그렇진 않다 말씀드릴 수 있다."
-불특정인 간에 가상자산으로 교환이 가능하거나 다른 가상자산과 연계해 재화 또는 서비스 지급이 가능한 경우의 구체적인 의미는 뭔가.
"NFT가 가상자산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발행된 경우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NFT가 거래되고 있는 마켓 플레이스에서 가상자산으로 NFT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의 예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상자산A로의 교환 목적으로만 NFT가 발행된 경우와 NFT가 가상자산A와 불특정인 간에 상호 교환이 가능한 경우는 해당 NFT가 실질적으로 가상자산A에 해당되는 경우다. NFT를 사용해 가상자산A로 가격 등이 표시된 재화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경우, 해당 NFT는 가상자산A와 동일하게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가상자산A에 해당된다."
-현재 유통, 발행 중인 NFT 어느 정도가 가상자산에 해당돼 법 적용을 받게 되나.
"가이드라인을 사업자들한테 미리 공유하고 가상자산성이 있는지 판단해보라고 했을 때 크게 우려할 사항은 없는 걸로 안다. 워낙 NFT 시장 규모가 처음보다 거래량도 줄고 거래횟수도 줄고 그렇다. 일단 사업자들의 판단을 일차적으로 받은 상태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과세 문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가상자산처럼 투자를 통해 수익이 나는 경우 법 적용을 시켜서 향후 과세 대상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이해하면 되는건가.
"이게 저희도 매우 골치 아픈 이슈였다. 투자성에 대해 독일은 투자 목적으로 한 경우 그 NFT를 가상자산으로 보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런 투자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라들이 좀 있다. 그런데 단순히 투자성으로 가상자산으로 보기에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발행량이 예컨대 100개 미만이고 거래도 거의 잘 되지 않는데 회원권을 다른 사람한테 사면서 더 비싼 가격을 받았다고 하자. 이걸 두고 누군가는 투자 목적으로 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투자 목적인지로 바로 가상자산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고 봐서 판단기준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대량 발행이냐, 자주 거래가 이뤄지느냐, 지금 수단 용도로 활용되고 있느냐 등 성격을 더 본다."
-향후 특정 사례에 대해 유권해석이 있으면 판단 예시를 업계에 공개할 의향이 있나.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다. 판단 사례가 쌓이면 외부에 제공해야 기준이 명료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특정 NFT를 공개하기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가상자산으로 봤다, 아니다를 시장에 알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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