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산·소' 필수의료 전공의 복귀가 중요한데…전망은 '글쎄'

기사등록 2024/06/06 08:00:00 최종수정 2024/06/06 08:59:11

정부 '유화책'으로 병원 이탈 전공의 복귀 유도

피부과·안과 등 인기과 중심 고연차 복귀 검토

"필수의료 전공의는 안 돌아올 것"…전망 나와

군 입대 맞물린 전공의 결국 복귀 선택 전망도

"필수의료 공백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 세워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5.29. kgb@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면허정지 행정처분 중단 등 유화책을 제시하며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지만,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인기과와 고연차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필수의료 중심으로는 의료공백이 더 심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게 부과한 진료 유지 명령 및 업무 개시 명령을 철회했다. 또 복귀한 전공의들의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수련 기간 조정, 전문의 시험 추가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법을 위반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셈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법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아닌 '유화책'을 꺼낸 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해석된다.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줘 100일 넘게 지속돼 온 의정 갈등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정부 대책이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사회관계서비스망에 "퇴직금은 준비가 되셨냐"면서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전체 1만3756명 중 1021명(7.4%)으로 집계됐다.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기준으로 보면 1만508명 중 913명(8.7%)이 출근하고 있다. 각각 전날보다 8명씩 늘어나는 등 미미하지만, 복귀 움직임이 포착됐다.

다만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고연차인 레지던트 3~4년 차 중 '피안성정'(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인기 진료과 중심으로 일부만 전문의 면허 취득을 위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 중심으로 복귀 가능성은 어둡게 점쳐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과 전문의는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의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하지 않으면 남은 인력의 업무가 과중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전공의 충원이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보건학과 교수)은 "진료 과목마다 (전공의 복귀가) 차이가 있겠지만, 필수 과목은 굳이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군 문제가 (복귀에) 많이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전공의들이 군의관으로 가기 위해 군대를 미뤘는데, (사직으로) 전공의 수련이 종료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 군대와 전공의 복귀 선택 문제가 맞물리면 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05.29. kgb@newsis.com

필수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현행 수가 체계에서 행위별로 동일한 수가가 적용돼 난이도가 높은 수술·시술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고난도 수술 소아 가산 확대, 중증 심장질환 중재 시술에 이어 신장이식 분야 수가 개선을 추진한 것이다.

지방 거주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겪지 않도록 지역 거점 국립대 병원도 육성할 계획이다.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이상 늘리고 대대적인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국가 책임제, 전공의 근로 시간 단축 등 전공의들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송기민 위원장은 "공공성 확대라는 큰 틀에서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전공의 달래기' 식의 일회성 정책에 국민 혈세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 의료환경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말은 하지만, 어떤 계획으로 늘릴 것인지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 없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난 만큼 (장기적으로) 전공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진료과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필수의료 인원을) 늘릴 건지 등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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