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일대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
시추 전문업체 노르웨이 시드릴社 계약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40일간 탐사 투입
5~10번 시추 후 내년 상반기 결과
경제성 판단 후…7~10년 후 생산개시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실제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됐는지, 이를 상업 생산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작업이 올해 말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한 본격 탐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르면 오는 11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해역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석유공사는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확인된 영일만 앞바다를 탐색하기 위해 프로젝트명을 '대왕고래'를 부여하고 비밀스럽게 움직였다.
지난 4월19일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 노르웨이 '시드릴'과 계약했다. 본격적인 시추 작업을 위해서는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가 투입된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석유공사가 체결한 계약 규모는 4770만 달러다. 계약은 오는 12월 발효되며 내년 2월까지 유효하다. 웨스트 카펠라는 40일 간 동해에 머무르며 심해 가스전 탐사와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분석을 맡긴 결과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액트지오에 따르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가스와 석유는 각각 최대 29년, 4년 넘게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다.
과거에도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발표가 있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5년 원유는 결국 발견되지 않아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엔 다르게 보고 있다.
그동안 석유공사가 쌓아온 데이터와 미국의 액트지오사의 신뢰할 수 있는 분석 결과 등을 기반으로 매장 자체는 사실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실제 상업생산이 가능한 수준인지, 경제성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시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이후 향방을 결정짓는 첫 시추 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추 자체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유승훈 산업과기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자원개발을 보통 벤처기업에 비유하는 이유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그만큼 투자비용 대비 성공확률은 낮기 때문"이라며 "이번 발견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리스크를 기반으로 경제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수면에서 1㎞ 들어간 심해에 매장된 만큼 1공 시추에 1000억원 넘게 필요하다. 예상 분포 해역은 영일만 38~100㎞로 큰 범위다. 이에 최소 5번은 시도해야 하지만 10번이 넘어가면 재정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에 그 안에 끝낼 계획이다.
2004년 성공한 동해-1 가스전도 10번의 시추를 시도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11번째 시추를 통해 생산에 돌입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최대한 성공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최대한 5~10번 내에 매장된 위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산업부는 성공확률을 20%로 보고 있다. 환산하면 5공 중에 1공 꼴이다.
사전에 철저한 검토를 통해 시추할 곳을 잘 추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추하는 중간 마다 결과를 검토하며 횟수를 유동성 있게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한의 시도로 성공률을 높여야 하는 만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해 고른 첫 시추 결과에 주목된다.
그렇게 고른 첫 시추 프로젝트인 대왕고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첫 프로젝트 결과가 다음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는 현재 다른 광구도 어류로 이름을 짓고 프로젝트를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가 아직 탐사 기술이 부족한 만큼 첫 시추 전까지 해외 자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11시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방한한다.
정부는 탐사 결과를 토대로 경제성을 판단한 뒤 본격 개발과 생산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개발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관계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과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유치 등으로도 조달한다.
정부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시설을 설치해 생산을 개시하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생산되는 시점은 203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국정 브리핑'에 나서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도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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