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30여년 모은 미술품으로 '호암미술관' 설립
이건희,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문화유산 보존"
이재용,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 국가에 기증
국민 문화 향유권, 미술관 위상…획기적으로 높여
특히 이병철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이건희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돌아와 세계적인 명품들과 나란히 전시되는 특별한 인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4일 삼성에 따르면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미술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국내 미술 문화 부흥과 국민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호암미술관은 이 창업회장이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특히 해외에 유출되고, 사방으로 흩어져 소멸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문화 유산들을 수집∙보호하기 위해 미술관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교육 및 향유의 장을 만들려는 이 창업회장 의지에서 이 미술관이 출발했다.
이 창업회장은 국보·보물 10여점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그는 "문화재들을 영구히 보존하면서 감상과 연구에 활용되기 위한 문화의 공기(公器)로 미술관을 개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건희 "문화유산 보존은 시대적 의무"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을 한국 미술계의 메카로 키웠다. 그는 1997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 몫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토대로 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선대회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호암미술관의 상징인 전통정원 '희원'도 승지원에 한식 정원을 작게 만들어 본 후 호암미술관에도 조성하기로 결심한 이 선대회장 안목 덕분에 탄생했다.
기존에는 서양식 야외 조각 전시장 자리였으나 한국 정원을 보존, 전승해야 한다는 선대회장 뜻에 따라 새롭게 조성됐다. 희원 설계에는 한국 1세대 조경가이자 최초의 여성 국토개발 기술사인 정영선 씨가 참여했다.
◆이재용, '이건희 컬렉션' 국가 기증
이재용 회장은 선친이 한 평생 수집한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가족들과 결정하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이 기증 문화재에는 국보 제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보물 제2015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1393호로 단원 김홍도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추성부도' 등 국내 유일 또는 최고 유물과 고서·고지도가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들도 기탄없이 기증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돼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 관심을 일으켰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국내 미술관 위상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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