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수련환경으로 왜 돌아가나"
"정부 갈라치기…전원 사직 분위기"
"필수의료 전공의는 절대 안 돌아가"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다수 전공의들은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한다 하더라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고연차·인기과 전공의들이 일부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돌아갈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사직 전공의는 "(병원이)사직서를 수리하면 사직하겠다"면서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전원 사직 쪽으로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갈라치기 의도가 눈에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철회에 나서는 것은 전공의들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정부는 각 대학병원 병원장들에게 사직을 원하는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면 전공의들이 적게는 5분의1 많게는 절반 이상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복귀 의사가 있는 전공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에 남아 수련을 이어가기 보다는 규모가 작은 병원에 취업하거나,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전공의는 "열악한 교육·수련 환경으로 왜 돌아가야 하느냐"면서 "그만두고 싶어 사직서를 냈는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또 따르지 않으면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겁박했는데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 병원에 취업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C 전공의는 "최근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MLE) 1차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의사를 늘리기 위해 외국 의대 출신 의사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미국 진출이 더 용이해졌다. 15개 주 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이 USMLE를 보지 않고도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거나 입법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 복귀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위기에 놓인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D 전공의는 "산부인과, 소아과처럼 필수의료 의사가 아주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정부가)진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의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인인 고질적인 낮은 수가, 높은 의료소송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E씨는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로 사직한 것이 아니다"면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부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 고연차 전공의들은 일부 복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바이탈과(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절대 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용이나 레이저를 배우려는 내과 전공의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직서가 수리돼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저도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사직서를 쓰던 그 마음이 아직 생생하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지금까지 유보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또 무언가 발표가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고 저는 안 돌아간다"면서 "잡아가도 괜찮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4일 복귀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퇴직금은 준비 되셨느냐"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정부는 석 달 넘게 검토 중, 논의 중"이라면서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텐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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