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포괄수가제 최소 10~15% 올려야"
"분만 인프라 붕괴 막을 특단의 대책 마련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4일 성명을 내고 "포괄수가제 원가 산정이라는 연구 과정 속에서 정부가 얼마나 산부인과의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됐다"면서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방기한 채 일방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도입된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의사회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포괄수가제 연구 용역 결과는 산부인과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포괄수가제 연구 결과가 장기적으로 분만 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발표가 매우 안타깝다"면서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 12.8%와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성 보다 중요한 가치평가 기준으로 최소 10~15%의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비용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의료 소송 부담과 만성화된 저수가 등 의료환경 개선도 촉구했다.
의사회는 "최근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에 12억 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고, 산부인과는 소송이 일상이 됐다"면서 "의료 소송과 살인적인 저수가 등 열악한 진료 환경을 만든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산과 의사들의 근무환경 악화가 근본적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잘못된 인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공의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고위험 산모와 야간 당직 등 무리한 업무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분만 수가를 올렸더니 산부인과 교수들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단순히 건강보험에 의지해 의료개혁이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이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정부가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고 싶다면 사고와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 될 것이고, 지역가산제도에서 서울과 광역시가 제외돼 서울, 광역시의 분만실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이 역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분만 인프라는 무너지고 있다. 광주 지역 대표 산부인과 중 한 곳이던 문화여성병원은 저출산 여파를 이기지 못해 지난해 9월 폐업했다. 2018년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수도권의 한 분만병원은 지난 2일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전국 463곳으로 10년 간 34% 감소했다. 의원급(동네 병의원) 감소가 컸다. 또 산부인과는 2013년 409개에서 2023년 195개로 줄었고, 전국 시군구 250곳 중 22곳이 산부인과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50곳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50곳 중 72곳(28.8%)에 분만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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