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뉴시스] 연종영 기자 = 충북 진천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고 제때 입주하지 못하게 된 수분양자들이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4일 진천군과 입주예정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진천 풍림아이원 트리니움 아파트' 입주 예정자 352명이 최근 사업 시행자 '주식회사 대명수안'을 상대로 분양 대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소장을 통해 이들은 "대명수안이 2023년 10월이던 입주 예정일을 1년 연기함으로써 견디기 힘든 경제적 손실을 당했다"며 분양 대금을 반환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손해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 소송을 추진한 입주예정자협의회 외에도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피해자 100여 명이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분양받은 후 입주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1년 넘게 월세를 전전하는 수분양자, 계약금·중도금 대출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는 피해자, 이사계획·자금계획을 세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피해자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집단소송 참여를 독려하는 유튜버도 있다.

진천읍 교성리에 들어설 이 아파트 2450가구의 입주 예정일은 세 차례 변경됐다. 분양 당시 대명수안이 제시했던 예정일은 2023년 10월31일이었다.

대명수안은 그러나 2024년 4월(1공구)~6월(2공)로 연기하더니, 최근엔 올해 10월 말로 또 미뤘다. 최초 약속했던 입주 예정일을 7개월이나 넘겼는데도 아직도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5일 대명수안이 계약자들에게 보낸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통해 밝힌 입주 예정일 연기 사유는 인건비 인상,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물가상승과 원자잿값 상승, 원자재 공급난, 화물연대 파업 등이었다.

2022년 12월 이 아파트 건축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굴착기에 치여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었다.

결국 입주 예정일이 지난해 10월 말에서 올해 10월 말로 1년 연기된 것인데, 문제는 올해 10월 입주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진천군에 따르면 이날 현재 공정률은 85%인데, 공사 진척도는 한 달에 1~2%씩 올라가는 추세다.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를 군 관계자는 "예정 완공일이 늦춰지니 건설비용은 상승하고 그걸 고려한 하도급 업체들과의 재계약은 꼬인다. 이렇게 앞 공정이 꼬이면 도미노처럼 후속 공정도 뒤죽박죽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하도급 업체 인력 투입량이 점차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업체의 설명이 있긴 했지만, 입주자 사전점검일이 9월25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전점검 시행을 통보하는) 8월 중순까지는 모든 공정을 끝내야 한다"면서 "업체의 과거 태도와 타임 스케쥴을 고려하면 (기한내 준공 가능성은) 높진 않아 보인다. 그만큼 업체의 신뢰도가 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공사현장 주변에서 만난 건축업 종사자는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공정은 내부·외부 마감공사인데, 현재 막바지 골조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모든 공정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올해 연말이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의 문의에 대응하는 업체의 불성실한 태도로 볼 때 준공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지경"이라며 "진천군청 앞 시위, 충북도의 중재 시도, 대명종합건설 항의 방문, 지역 국회의원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법원으로 간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명수안은 5월28일 계약자들에게 보낸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통해 사업기간을 10월31일로 연기한 점 등을 설명하면서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시행사 대명수안과 모회사 대명종합건설의 견해를 더 들어보려고 수일간 십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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