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장실 가서 몇 분 자리 비웠니"…만연한 감시 갑질

기사등록 2024/06/02 12:00:00 최종수정 2024/06/02 12:04:12

직장갑질119, 감시 갑질 사례들 공개

5개월간 이메일 감시 갑질 상담 40건

"프로그램·CCTV로 감시, 메신저 사찰"

"근로기준법 개정해 노동감시 막아야"

[서울=뉴시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일 직장에서 업무용 메신저 등을 이용한 감시 갑질 사례를 공개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했다. 2024.06.02.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1. 다른 부서 팀장이 A씨에게 "너희 부서 팀장이 네가 메신저로 팀장을 욕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사과하라"고 했다. A씨는 메신저 내용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욕한 것을 사과하라"는 답만 들었다.

#2. 영업직으로 지방 출장 등 업무를 하는 B씨. 회사 본부장은 B씨 등 사원의 연차와 GPS 기록을 일일이 감시한다. GPS 도착 유무 위치 찍기를 시켰고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사원에게는 화상통화를 걸기도 했다. 문제를 제기해도 동의서만 받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일 직장에서 업무용 메신저 등을 이용한 감시 갑질 사례를 공개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전자 감시 갑질 유형을 ▲CCTV를 통한 감시 ▲메신저 및 이메일 사찰 ▲기타 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시로 나눴다.

한 제보자는 "육아휴직을 쓴 이후 인사평가를 최하로 받아서 회사에 건의했다"며 "그러나 회사에서는 그동안 카메라로 그를 지켜봤는데 업무 중 개인적인 통화를 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답을 줬다"고 토로했다. CCTV를 통한 감시에 해당하는 사례다.

메신저나 이메일로 사찰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 회사는 사전 동의 없이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내용을 전부 확인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직원들을 아무런 사전 조치 없이 퇴사시켰다.

감시용 앱이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직원을 감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화장실에 가서 10분 이상 자리 비움으로 표시하면 관리자가 지적하고, 오늘 총 몇 분 자리를 비웠다고 압박했다"며 "왜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냐는 지적을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용자의 과도한 노동자 감시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에 근거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일터가 전자 감시 갑질은 노동관계 법령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아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을 근거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법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노동관계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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