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단기실적주의 정조준…"CEO 제재 가능"

기사등록 2024/06/02 10:00:00 최종수정 2024/06/02 12:16:52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30.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최근 보험회사의 영업행위에 잇달아 압박을 가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IFRS17(신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단기수익 상품 판매를 통해 '실적 부풀리기' 조짐이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단기실적주의를 추구하는 보험사 경영전략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필요시 최고경영자(CEO) 제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단기성 상품 등과 관련된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29일 금감원은 보험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보험사 내부통제 워크숍을 열어 과당경쟁에 따른 불건전 영업행위를 지적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위험이 예견됨에도 단기실적에 매몰돼 출혈경쟁을 벌이거나 고(高)환급을 약속하는 불합리한 상품개발 등으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 등 단기수익 상품에서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만큼,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간 연계 검사를 확대하고 관련 위법행위에 검사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CEO들을 직접 만나 과당경쟁 우려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이 원장은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포화시장 속 출혈경쟁으로 '보험산업은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다"며 "신성장동력이 없는 현재 상황이 타개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보험업은 구조조정, 시장재편 등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이 보험사 영업행위에 직접 제동을 건 것은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무해지·저해지 보험, 단기간 종신보험 등 납입기간이 짧고 보장 기간이 긴 상품 판매에만 몰두해, 보험계약마진(CSM)의 이익 상각(전환)을 전체 기간 중 초기에 집중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런 단기실적주의가 보험사 CEO의 경영 방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CEO들이 3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IFRS17의 허점을 이용해 과당경쟁·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건전영업행위가 지속될 경우 특정상품에만 쏠림이 발생해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또 단기상품 판매에만 급급해 그 과정에서 보험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단기실적주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사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출혈경쟁은 보험사 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이어지고, 불완전판매 발생 등 금융소비자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단기실적주의로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 되면 보험사 CEO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최근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개정된 만큼, 필요시 보험사 CEO에 고강도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IFRS17로 촉발된 보험사의 단기실적주의 문제는 시간이 꽤 지나서 건전성 악화로 나타나게 된다"며 "그때 CEO가 퇴직한 상태이더라도 법적으로 현직에 상응하는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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