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삼성의 몰락…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기사등록 2024/06/02 14:00:00

'레알 수원'이라 불렸던 명가의 충격 강등…여전히 암흑기 계속

변성환 감독 새로 선임했지만 구단 자체적 문제도 개선되어야

[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근수 문채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2부) 강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수원 삼성이 명가로서 부활할 수 있을까.

제10대 사령탑으로 변성환 감독을 선임한 수원 삼성으로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호 전 감독과 차범근 전 감독 체제에서 황금기를 보낸 수원은 리그 우승 4회, 대한축구협회(FA)컵(현 코리아컵) 우승 5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 등을 달성했다.

수원은 고종수, 박건하, 서정원, 이병근, 이운재, 최성용 등 당대 스타 선수들로 호화 군단을 꾸리면서 세계적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빗대어 '레알 수원'이라 불렸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 프로축구 K리그2로 강등된 수원 삼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오랜 기간 명문 구단으로 군림한 수원이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과거 2014년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구단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지난해 수원은 시즌 내내 최하위를 전전한 끝에 승강 플레이오프도 밟지 못하고 강등됐다.

이병근 전 감독과 김병수 전 감독을 경질한 뒤 구단의 정신적 지주인 염기훈을 감독 대행으로 내세우기까지 했지만 끝내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에서 사임한 염기훈 전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렌테 트리콜로'(수원 서포터스)는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했지만 수원은 염기훈 정식 감독 체제를 선택하고 우승과 승격을 목표로 이번 시즌에 돌입했다.

하지만 수원은 지난 4월부터 경남FC(1-1 무), 성남FC(1-2 패), 천안시티FC(0-1 패), 부천FC1995(0-1 패), 충남아산FC(0-1 패), 서울 이랜드 FC(1-3 패)를 넘지 못하며 6경기 무승에 허덕였다.

결국 극심한 성적 부진에 화가 난 팬들의 압박이 계속돼 염 감독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 수원을 상징했던 염 감독의 마지막은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밝힌 사임의 변이 전부였다.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만 추구하는 프로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문 수원의 몰락은 잦은 사령탑 교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서정원 전 감독(현 청두)이 떠난 2018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김병수, 염기훈까지 5명이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수원은 지난달 31일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변성환 감독을 제10대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지금 같은 운영이 바뀌지 않을 경우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의 주장 양형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준희 해설위원은 지난달 31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K리그2에서마저 부진한 수원에 대해 "애초에 수원은 K리그2에서도 1등이 보장된 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올해 K리그1으로 승격한 김천 상무가 현재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K리그2도 상당히 상향평준화된 상태"라며 "(K리그2는) 강등 없이 승격만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투쟁적"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이 리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낭패를 봤다는 점과 더불어 구단 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구단의 재정적 씀씀이가 줄었음에도 수원은 외국인 용병 등 선수 영입을 영리하게 하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구단의 분위기 자체도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최근 길바닥에서 사퇴를 발표한 염 전 감독에 대해선 "선임 당시부터 팬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지난 시즌 염 감독이 선임될 때부터 서포터들은 그의 경험 부족을 크게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염 전 감독의 수원은 K리그2에서도 고전했고, 팬들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프로축구 수원 새 사령탑에 변성환 감독 선임. (사진=수원 삼성 제공)
차기 감독으로는 "현재의 전력으로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영리하고 유연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과 서포터들과 당당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범함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전 감독을 포함해 올해 K리그에선 벌써 5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 위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순간적인 성적 부진보다 팬들의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K리그 팬들의 안목이 확연히 높아졌다"며 "단조로운 경기 운영이나, 무색무취의 전술, 용병 영입의 실패 등 다양한 문제에 팬들은 민감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위원은 "현재 K리그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고 말했다.

초반에 승점을 잃으면 다시 반등하기 쉽지 않으며 "이를 가장 뼈저리게 경험한 팀이 바로 수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원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의 팬들이 순간의 부진을 무작정 인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축구계 내부에서도 팬들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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