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SK주식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
노소영 SK주식 형성·상승에 기여 인정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1·2심 판단은 SK 주식을 '특유재산'을 볼 것인지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뜻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이 모두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받은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의 가사 노동이 SK 경영활동에 기여했다는 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SK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0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사람의 순 자산 합계는 약 4조원으로 보고, 재산분할 규모를 최 회장 65%·노 관장 35%로 정한 결과다.
이 재판 핵심 쟁점은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였다. 최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SK주식을 최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고, 선대 회장 사망 이후에는 자신이 1주당 100원인 주식을 1주당 16만원 정도로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SK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재산'이라고 명시했다. 2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비롯한 원고의 재산은 모두 부부 공동재산으로 분할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노 관장의 '가사 노동'과 그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 등 크게 두 가지가 SK 주식 형성 및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자수성가형은 배우자가 주식 가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승계상속형은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임의로 구분하는 것에는 근거가 없다"며 "SK 주식 가치 증가와 경영 활동에 피고(노소영)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대체재 및 보완재 역할을 했다"며 "SK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SK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에 관해 노태우로부터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지원도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에 고려됐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태평양증권과 SK증권을 인수하는 데 자금으로 쓰였고, 이동통신사 인수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모종의 역할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넘어갔다"면서 "최종현이 태평양 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가)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노태우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1심은 지난 2022년 12월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액수로 665억원만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노소영이 SK 주식 형성부터 유지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면서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기여를 상당 부분 인정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재산분할 소송 시 배우자의 가사 노동 기여도를 통상 약 10%로 잡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비자금 지원과 관련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형사 기록을 이 사건 재판에 제출해서 인정을 받았다"며 "친정에서 갖고 온 돈이니까 결국 노소영의 기여분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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