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일환 '개미투자자 보호' 상법 개정 공론화한다[소액주주 우대 논란①]

기사등록 2024/06/01 07:00:00 최종수정 2024/06/10 09:45:17

기재부, 상법 개정 공청회 열고 소액주주 권리 강화 추진

상법 개정시 "이사 행위에 따른 주주 피해 판단 어려워"

재계 "기업 경영활동 위축 우려…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보고 있다. 2024.05.31. myjs@newsis.com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현상)를 해소한다는 목적이다.

관심은 재계와 법무부를 어떻게 설득할 지 여부로 모아진다. 재계와 법무부는 그동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할 경우 소송이 남발할 수 있는데 다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각에선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대한 폭넓은 면책을 인정해주며 재계와 법무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소송 남발을 억제하기 위해 경영상 판단 착오에 의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는 배임죄에서 면책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5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제공)

◆상법 개정 공청회 열고 소액주주 권리 강화 추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법무부 및 금융위원회와 공청회를 거쳐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법무부의 반대로 좌초됐던 소액주주 강화 방안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최 부총리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이사회 사전승인, 명확한 배상책임 규정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추구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넌지시 제시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 비춰볼 때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신설하되 특정 사안에 대해선 이사회 사전 승인, 배상 책임 범위 등을 설정해 일반주주가 이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09.17. dahora83@newsis.com


◆상법 개정시 "이사의 행위에 따른 주주피해 판단 어려워"

일각에선 상법을 개정하더라도 이사의 충실의무 자체가 선언적이며 추상적인 개념인 만큼 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주의 피해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액주주가 이사의 행위를 문제 삼으며 법적인 책임을 묻는 상황이 다수 발생할 수 있는데다 이로인한 경영상 애로가 누적될 경우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물적 분할 전 LG화학의 주가는 100만원에 육박했는데 분할 이후 주가 하락이 본격화되며 현재는 30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중이다.

만약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포함돼 있었다면 주주들이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소송을 남발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LG화학은 회사 분할을 통한 배터리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기업인들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1.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계 "기업 경영활동 위축 우려…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경제계는 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법이 개정될 경우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며 배임 소송이 남발할 수 있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를 진행할 경우 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주주들 입장에선 현금이 빠져나가면서 배당이 줄어들어 이해상충이 발생한다"며 "소액주주의 경우 소송을 남발하며 기업 경영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실하게 경영판단을 할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않는다"라고 추상적으로 이사의 경영판단 원칙을 상법에 넣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개별 사안에 대해선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결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된다"며 "그동안에는 문제가 없었던 사안에 대해 이사들이 소송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책임을 덜기 위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영 판단의 원칙이 명문화가 되지 않아 이사의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사는 회사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것이 맞지만 주주에게까지 충실할 필요가 있는 지는 의문"이라며 "해외 사례를 봐도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된 사례는 별로 없다. 다중대표 소송 등이 남발되고 기업의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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