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 특허낼때 출처 의무공개"…국내 바이오 촉각

기사등록 2024/05/29 08:01:00 최종수정 2024/05/29 09:18:52

WIPO, 제네바 외교회의서 의무화 조약 채택

자원 출처공개 의무화 시 로열티 900억 규모

[서울=뉴시스] WIPO(세계지식재산기구)가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외교회의를 통해 특허출원 시 유전자원 및 관련 지식의 출처공개 의무화 조약을 채택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WIPO(세계지식재산기구)가 유전자원 특허출원 시 유전자원 및 관련 지식의 출처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WIPO는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외교회의를 통해 특허출원 시 유전자원 및 관련 지식의 출처공개 의무화 조약을 채택했다.

WIPO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조약은 지식재산권, 유전자원, 전통지식 간의 접점을 다룬 최초의 WIPO 조약이며, 토착민과 지역사회를 위한 조항을 포함시킨 최초의 WIPO 조약”이라고 말했다.

유전자원이란 식물, 미생물, 동물 등 유전현상을 나타내는 생물 중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이용도가 있거나 보존 가치가 있는 물질이다.

유전자원 출처공개 제도는 유전자원을 이용한 발명을 특허로 출원할 때 해당 유전자원의 원산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출원인이 유전자원 출처공개를 준수하지 못한 경우 해당 특허를 취소 또는 무효화할 수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해당 제품으로 인한 수익을 유전자원 제공자와 공유해야 한다. 유전자원 자체는 지식재산으로 직접 보호받을 수 없지만 유전자원을 사용해 개발된 발명은 대부분 특허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유전자원인 팔각이라는 식물을 이용해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스위스 기업 로슈는 타미플루 판매금 일부를 중국 팔각 제공자와 공유해야 한다.

앞서 우리나라 특허청이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1.1%가 출처 특정, 출처정보 입수 곤란 등으로 출처공개 제도 도입 시 기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기업들은 유전자원 제공 기업(중개업체)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67.3%), 여러 국가로부터 조달해 원산지 특정이 곤란한 경우(24.8%), 전통지식 출처 특정 곤란(21.2%)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실제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9~2023년) R&D 및 제품화 과정에서 유전자원을 이용한 기업은 35.4%였고, 이 중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한 기업은 23.7%으로 조사됐다.
 
국내 바이오산업 179조원 중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한 제품의 시장은 약 3조4000억원 규모다.

특허청은 유전자원 출처공개 의무화 시 우리 기업이 유전자원 이용으로 외국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만 연간 약 9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많은 유전자원 부국들이 유전자원 출처공개 의무화를 강하게 요구해 왔던 만큼 빠르게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전자원 출처공개 조약은 1999년 콜롬비아 제안으로 시작됐다. 2001년부터 WIPO 회원국 간 협상을 통해 25년 만에 최종 채택됐다. 15개 체약국이 비준서를 기탁한 후 3개월 후부터 발효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