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6월은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달이다. 특색 있는 조경에 이야기까지 담긴 정원은 방문객들에게 치유와 평화의 시간을 선물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정원별곡'을 주제로 ▲인천 강화 화개정원 ▲충남 공주 유구색동수국정원 ▲경남 남해 토피아랜드 ▲전남 화순 무등산 바우정원(전남 화순) ▲제주 생각하는 정원 등 6월 추천 여행지 5곳을 선정했다. 지역의 특성과 정원을 가꾼 사람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긴 아름답고 매력적인 정원들이다.
◆화사하다, 화개산 오색 꽃그늘, 강화 화개정원
화개정원은 인천 강화 교동도 화개산 기슭에 조성된 정원이다. 민통선 안쪽 교동도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6·25전쟁이 있었던 유월에 한층 의미 있다. 정상부 화개산전망대 스카이워크에서는 북한의 연백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 끝이 북한 땅이라 뭉클하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바다는 철책이 없어 한데 어울려 흐른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유월의 화개정원은 푸른 쉼터이기도 하다. 다섯 가지 정원에 식재한 약 18만 본의 식물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맘때는 장미와 수국이 반긴다. 멍때리기 존(zone)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선베드, 해먹 등을 설치하고 그늘막을 드려 바다를 보며 멍하니 머물기 좋다.
모바일 스탬프 미션도 재미있다. 화개산을 상징하는 솥뚜껑 조형물 8곳 가운데 6곳을 찾아 인증하면 기념품을 제공한다. 정상까지는 모노레일을 운영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전망대가 목적인 이들에게 제격이다.
금풍양조장은 3대를 이어오는 양조장이다. 가벼운 시음과 체험도 가능하다. 약석원은 강화 약쑥을 활용한 좌훈 체험관이다. 두 곳 모두 인천을 대표하는 강화의 웰니스 여행지다. 서쪽 해안의 계룡돈대는 한적한 쉼터로 일몰이 아름답다.
공주는 백제 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도시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다.
공주시 북서쪽에 조성된 '유구색동수국정원'은 매년 6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1급수 청정 하천인 유구천 수변공간 4만3000㎡에 에나멜수국, 목수국, 앤드리스서머, 핑크아나벨 등 약 20여 종 2만여 본의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매해 6월경 이 곳에서 '유구색동수국정원 꽃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8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가며 명실상부 중부권 최고의 여름 축제임을 입증했다. 올해 축제는 6월14~16일에 열린다.
유구색동수국정원 인근에 조성된 유구벽화거리도 함께 방문해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이끌었던 유구 지역의 모습을 벽화로 감상할 수 있다.
백제 시대 웅진도읍기(475~538년)를 대표하는 성곽으로 당시 수도였던 공주(웅진)를 지킨 공산성은 금강을 낀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조망 명소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 시대의 화려함을 상상할 수 있는 충청권 대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백제 시대 문화를 중심으로 충청남도의 살아 있는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의 가위손이 만든 바다 위 정원 '토피아랜드'
영화 '가위손'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인 조니 뎁이 가위손으로 거침없이 나무를 깎아서 공룡 모양으로 만드는 장면이다. 나무를 다듬어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토피어리라고 한다.
남해 명소로 떠오른 토피아랜드는 우리나라 최초의 토피어리 정원이다. 무려 600여 점의 토피어리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공룡, 거북이, 오리 가족 등 귀여운 동물은 물론 뽀로로, 라바, 포비 같은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칙칙폭폭 달려갈 것 같은 기다란 기차에 환호하고, 엄마들은 거실 테이블과 소파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초록의 정원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쪽빛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토피어리 정원 위쪽에는 울창한 편백숲이 있다.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빼곡한 편백숲으로 들어서면 푹신한 빈백과 아늑한 해먹이 지친 몸을 잡아끈다. 널따란 평상은 가벼운 도시락을 싸 와 소풍을 즐기기 좋다. 편백나무 사이로 맨발 산책로가 나 있고, 에센스 오일이 첨가된 특별한 족욕체험도 가능하다.
가까운 거리에 꼭 둘러봐야 할 남해의 명소들이 지천이다. 차로 15분이면 독일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에서 메인광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따라 독일 맥주와 소시지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마을 위 전망대에 서면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300년 전에 조성된 물건리방조어부림은 신비로운 숲과 바다를 동시에 누릴 수 있고, 360°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보물섬전망대는 아찔한 액티비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연과 버려진 것의 재발견, 화순 무등산 바우정원
화순 무등산 바우정원은 흔한 바윗돌이 수천 년의 역사가 되고, 폐품인 쇳덩이와 버려진 나뭇조각이 생명력 가득한 작품이 되는 곳이다. 5만여 평 규모의 공원에 걸음마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수목들이 가득하다.
전라도 제11호 민간정원인 이 곳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설립자 안국현 대표가 직접 조성했다. 정원, 건축, 공연문화, 휴양, 체험, 교육, 치유 등의 공간으로 결실을 보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정원의 쉼터이자 핫플레이스인 '수만리 커피'에서 출발해 바우정원의 핵심만 가볍게 돌아보는 코스는 40여 분, 큰 원형을 그리며 편백숲 트리하우스와 수평계곡까지 전체를 살펴보는 코스는 약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끼정원, 쑥부쟁이 갤러리, 벼락바우, 노루잠자리, 고래눈물바우 등 센스 있는 작명에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 바우정원은 버려진 물건이 '임자'를 만나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정원이자, 은근과 끈기, 지붕과 산의 곡선을 곳곳에 담아낸 한국미 넘치는 정원이다.
화순의 또 다른 힐링코스는 만연저수지를 품은 동구리호수공원과 화순군립최상준미술관이다. 고택문화체험 공간으로 변모한 양참사댁과 화순4경으로 꼽히는 고인돌 유적을 찾아봐도 좋다.
◆한국산 수종으로 표현한 돌담과 오름…제주 '생각하는 정원'
제주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산 수종을 심고 돌담과 오름을 표현해 제주와 한국을 담은 곳이다.
스스로를 농부라 부르는 성범영씨의 손끝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1968년 매입한 부지에 홀로 황무지를 개간해 밀감나무와 정원수를 심고 돼지와 소도 키웠다. 가축을 키우는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아 모두 처분한 뒤에는 나무에만 전념해 지금의 분재 정원을 만들었다. 1992년에는 한경면의 권유로 관광지로서 처음 문을 열었다.
생각하는 정원이 내세우는 주제는 '평화'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 물소리, 잔잔한 음악 소리와 어우러지는 초록의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정원은 5개의 연못과 어우러진 9개의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로에서 만나는 평면적인 풍경 외 동산이나 전망대에 올라 입체적으로 풍경을 감상해 보자. 체험 프로그램으로 맷돌 커피와 블랙푸드 통곡물 음료 만들기와 한국 파란나무 만들기, 싱잉볼 명상을 운영한다. 오리지널 싱글빈으로 맛보는 세계 3대 커피와 제주 로컬푸드도 준비돼 있다.
인근 환상숲곶자왈공원은 제주의 원시림 곶자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숲속 산책로 외에도 독채 숙박 시설, 족욕카페 등 부대시설과 여러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오설록티뮤지엄은 드넓은 녹차밭과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 공간, 예쁜 포토스폿으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5개의 탐방코스로 구성돼 있어 취향과 시간에 맞춰 탐방로를 선택할 수 있다. 고사리와 종가시나무가 가장 많이 자생하며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멸종위기종 개가시나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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