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기미 안보여 전문의 배출 비상
의협 오늘 성명서…법원 결정에 입장 발표
의대교수, 주 4일 근무체계 강화 방안 검토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법원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법원의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이 나온 후 페이스북을 통해 "수 없이 전화 많이 주시는데 의협의 입장은 판결문 분석 후 내일 오전 교수님들과 같이 성명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성명서를 내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의협, 의대 교수 등은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절차상 위법성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의협, 의대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판결문에 대한 입장을 비롯해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사태의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복귀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중순께부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법원의 결정으로 복귀 명분이 사라진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7가지 복귀 조건 중 하나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일부 생겨나 단일대오가 깨질 수 있다", "기각이 더 낫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겨우 버텨온 대학병원, 특히 지방사립대병원들은 도산의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입원·수술 등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전체 의료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면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연쇄적으로 병원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도산과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의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자들은 의정 대치 장기화에 따른 진료나 수술 지연 또는 취소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강대강 대치를 멈추길 촉구한다"면서 "환자가 죽음의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정은 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대치가 석 달 가량 이어지면서 내년 신규 전문의 배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3개월이 넘어가는 오는 20일 전후가 되면 전공의들은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되기 때문이다.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전국의 4년차 레지던트(총 2910명) 중 필수 의료 분야 레지던트 수는 전체의 48%(1385명)를 차지하고 있다.
교수들은 의대 증원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의비는 전날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근무 시간을 재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주 1회 휴진’을 강화하거나 ‘1주일 휴진’까지 검토하고 있다. 교수들의 물리적·체력적 한계 등을 감안해 주 4일 근무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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