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학생, 노인까지…세대 아우르는 오월 추모 열기

기사등록 2024/05/16 16:24:19

5·18 이틀 앞두고 민주묘지 추모열기 고조

손주뻘 아이들 손잡고 함께 열사 묘비 닦기

조선대 총학생회 "선배들 헌신 영원히 기억"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 어르신들과 연제어린이집 아이들이 무명열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닦고 있다. 2024.05.16.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민주주의를 위한 고귀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의 발길이 계속됐다. 고사리 손으로 고이 접어 만든 종이꽃을 든 아이도, 학생도, 노인들도 세대를 넘어 오월 영령의 넋과 뜻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나주 남평중학교 3학년 재학생 75명은 5월을 맞아 민주묘지를 찾았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학생들은 그동안 참배를 위해 익혀온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손수 종이로 만든 국화꽃을 열사 묘소에 올려 놓고 오월 정신을 기렸다.

북구 양산동 인양유치원에서 온 50여 명의 아이들은 친구들의 손을 잡고 선생님을 따라 열사 묘소 앞에 줄을 섰다.

"얘들아, 헌화하자"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각자 공들여 만들었을 종이꽃을 열사 묘소에 올려 놓은 뒤 허리를 꾸벅 숙이며 예를 표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고사리손으로 묘비를 닦으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 어르신 20명과 북구 연제어린이집 아이들 20명 등 40명은 이날 민주묘지를 찾아 함께 헌화했다.

그리고는 미리 챙겨온 분홍색 수건을 챙겨 무명열사 묘소로 이동해 묘비를 닦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묘비를 닦는 아이를 보는 어르신들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한 어르신은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역사를 세대를 뛰어 넘어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북구 양산동 인양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종이 꽃을 헌화하고 있다. 2024.05.16. pboxer@newsis.com

조선대학교 학생들도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 조선대 총학생회는 이날 민주묘지를 찾아 조선대 출신  김동수·김기삼·허규정·이강하 등 열사 묘지를 돌며 참배했다.

안형준 조선대 총학생회장은 "선배님들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민주주의를 우리 대학생들이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그 의지와 정신, 헌신을 가슴에 담고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파키스탄 국적 무스타파(26)씨도 민주묘지 열사 묘역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생들의 참배 행렬이 신기한듯 "학생들이 맞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무스타파는 "파키스탄도 군부독재에 맞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다. 파키스탄에도 민주주의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한살배기 아들과 함께 찾아온 부부도 열사들의 넋을 기렸다. 조성호씨는 이제 갓 돌을 앞둔 아들 다온(1)군을 유모차에 태워 민주묘지를 둘러봤다.

민주묘지 직원들에게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를 받아 손에 쥔 누리군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신기한 듯 묘역을 이리저리 살폈다.

조씨는 "처가집을 오기 위해 미국에서 광주에 왔다가 민주묘지를 참배하러 왔다"면서 "아들과 함께 오니 감회가 새롭다. 우리 아이도 커서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오월 영령의 뜻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집계된 5·18민주묘지 참배객은 2만5000여명이다.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5·18민주묘지 참배객은 3만9523명이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5·18민주화운동 44주기를 이틀 앞둔 16일 나주 남평중학교 학생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4.05.16. pbox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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