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획전
인공지능에 대응하는 창의적 발상 담아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60여 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결국 먼지인 것을.
'피규어 덕후'들의 기본 아이템 아톰도, 알람시계도 그라인더로 갈아버린다. 물건들이 갈리고 복원되는 신기운의 '진실에 접근하기' 영상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리 인생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흙에서 왔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강렬하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물건이 그라인더에 갈리는 영상으로 물건 표면의 상징이나 기호가 지워지면 물건은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하지만 이 작품,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를 말하는 건 아니다. "이제껏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이라는 존재를 의인화해 '만물의 척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16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서울관에서 개막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전은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개념을 확장시켜보는 기획전시다.
예측 불가능 재난과 인공지능에 대응하는 창의적 발상을 담은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이 어우러졌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포스트휴머니즘의 흐름을 좇아 비인간 중에서도 특히 사물에 주목한다. 사물을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 바라보고, 사물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전시는 ‘사물의 세계’, ‘보이지 않는 관계’, ‘어떤 미래’등 3개의 소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 및 디자이너 15명(팀)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루시 맥레이, 미카 로텐버그, 잭슨홍, 드리프트, 우주+림희영, 포르마판타스마 등이 참여했다.
‘어떤 미래’에서는 호주 출신 디자이너 루시 맥레이(Lucy Mcrae)의 영상과 설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 사회 트랜스 휴먼을 상상한 설치와 영상 작품으로, '마음의 섬세한 주문', '퓨처킨' 영상은 '고독한 생존보트'와 연결되어 미래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킬 것 인지를 예고한다.
태양열 전지판과 식물을 연결한 3D 영상 김을지로의 '기계 태양의 정원', 옷과 어패류가 뒤섞인 ‘물명체’(물체+생명체)를 창안한 김한솔의 '의태화된 의패류', 타이요 오노라토와 니코 크렙스의 '미래 기억들' 연작은 SF영화 속 같은 비현실적인 기이함을 전한다.
물질과 재료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서부터 특정 사물의 역사, 생물학을 넘나들며 사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신박한 전시다.
‘과거의 자료에서 미래 이미지의 씨앗을 찾는’ 작가들을 섭외한 능력과 다소 어렵고 경직될 수 있는 전시에서 농구와 축구처럼 '몸 풀기'를 할 수 있는 대형 볼 게임 작품 연출도 돋보인다.
전시장 출구와 연결된 공용 공간은 이번 전시를 이해할 수 있게 꾸몄다. 신작 제작 작가의 인터뷰, 전시 주제와 맞닿아 있는 철학 및 문학 분야의 서적, 해외 작가 도록 등을 제공한다. 전시는 9월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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