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적' 김범석, 동일인 제도 개선 논의 촉발
'친족 경영 미참여' 등 예외 요건 충족…지정 안돼
동생 부부 파견 근무 지적엔 "경영 참여는 안 해"
"예외 요건 충족 못하면 김범석 동일인 지정 가능"
공정위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1일까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 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5월15일까지 발표를 미룰 수 있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을 발표할 때에는 동일인도 함께 지정하는데,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공정거래법에 의해 공시·신고 의무가 부여되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가 적용되는 등 촘촘한 규제망으로 편입된다.
그동안 대기업집단 동일인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재벌 2·3세의 경영권 승계, 외국 국적을 보유한 기업 총수 및 친족이 등장하면서 동일인 판단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이 발생했으나 동일인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이우현 OCI 부회장이 미국 국적으로 밝혀졌음에도 OCI 동일인으로 지정을 유지했지만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결정을 유지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지적에 공정위는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을 명확히 하고,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국적 등에 관계 없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게 하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동일인이 자연인일 때와 법인일 때 국내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가 단절된 경우에 법인을 동일인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적 등과 관계 없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국적 차별 없이 수범자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해서 적용함으로써 동일인 판단의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동일인과 친족의 계열 출자, 친족의 경영 참여와 자금 거래 관계를 단절시켜서 사익 편취 우려가 차단된 지배구조를 형성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이행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새로운 동일인 지침이 적용하면서 쿠팡과 두나무에 대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외국 국적 총수 등에 대한 동일인 지침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논의를 촉발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개정된 동일인 지침에서 규정하는 예외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쿠팡과 두나무는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해서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 시행령에 따라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한 쿠팡과 두나무에 대해서는 예외 요건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법 위반 시 엄정하게 법 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생인 김모씨 부부가 쿠팡Inc 소속으로 국내 쿠팡 주식회사에 파견 근무 중이기 때문에 '친족 경영 참여 단절' 조건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김 의장 동생 부부로부터 이사회 참여나 투자, 임원 선임 등 경영 참여 사실이 없다고 소명받았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쿠팡 Inc에 김 의장 부부와 비슷한 직급이 140여명 정도 있다고 해 직급 상 임원으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 위원장은 "오히려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전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쿠팡도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김 의장 등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상황이 명확하게 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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