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간 침묵 후 "더 말하지 않겠다"
'김여사 수사' 중앙지검장 등 교체
4개월 남은 임기…참모 다수 교체
"어느 검사장이든 원칙대로 수사"
이 총장은 14일 대검찰청 출근길 기자들로부터 전날 검찰 인사가 총장과 충분히 협의를 거친 것이냐는 질문에 약 5초간 침묵한 뒤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용산과의 갈등설' 질문에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했다.
이 총장은 굳은 표정과 침묵으로 전날 인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절차를 거쳤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이 총장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전날 법무부 인사로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해 온 송경호 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이동했다. 고검장 승진 모양새지만, 김 여사 수사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돌았던 만큼, '좌천성 승진' 인사라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송 지검장 아래에서 수사 실무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도 전원 교체됐다.
오는 9월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 총장도 손발을 맞추던 참모 대다수를 내보내는 상황을 마주했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29기)을 제외하고 대거 교체됐다. 상대적으로 '용산'(대통령실)의 검찰에 대한 그립감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장은 전날 검찰 인사가 발표되자 이날 예정된 지방을 일정을 취소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장을 '패싱'한채 인사가 이뤄졌고, 항의의 의미로 사표를 고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을 다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주변에서도 이 총장이 임기를 지키면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할 거라는 관측이 많다.
이 총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대신 침묵을 선택하면서 '용산과의 갈등설'은 해석의 영역으로 남게 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향후 서울중앙지검에 꾸려진 전담수사팀이 진행 중인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재차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장은 전날 물갈이 인사가 김 여사 의혹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 질문에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급 인사에 이어 조만간 단행될 중간 간부 인사도 갈등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날 인사로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1, 4차장검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afka@newsis.com, 2paper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