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의사 수 의료개혁 방향 따라 달라져"
"의료수요·생산성·의료제도 변화 등 고려를"
"형사기소건 日 264.9배…법적 부담 완화를"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4일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정책&지식' 포럼에서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데 숫자의 진실이 어디에 있느냐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1만 명은 진실된 숫자가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0년여 뒤인 2035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는 증원안을 내놨다. 의대 증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첫 단추다. 2020년 홍 교수의 연구(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를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3개 연구를 참고했다.
홍 교수는 "정부는 (의사 인력 적정성 연구 보고서 중) '만 75세 은퇴, 65세 이상 생산성은 50%로 감소, 생산성은 0.5% 증가'라는 가정 하에 만든 '시나리오 1'을 정부에서 가져다 썼다"면서 "하지만 제 보고서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없으며 (의대 증원 범위로) 500~1000명이라고 결론에 썼지만 특정 요소만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고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변화, 의사의 생산성, 의료 제도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의 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외래와 입원 수요를 예측하면 현재는 늘어나는 구간에 있지만 2045년 이후 줄어들어 2050년이 지나면 (의사 공급량이)상당 수준을 초과한다"면서 "그래서 일본처럼 의사 수를 늘렸다 줄이는 정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65~80세 사이 의사의 하루 생산성을 50%와 75%로 나눠 살펴보면 75%일 경우 부족한 의사 수는 1만 명이 아니라 7000명이다"면서 "진실은 이 사이에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사 공급 격차가 굉장히 커 의료개혁의 하나로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만일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영국, 북유럽 등과 같이 주치의 제도를 시행한다고 가정해 추계하면 부족한 의사 수는 1만 명이 아닌 2600~3300명으로 3분의 1~4분의1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정부와 의료계가 기피 현상이 심한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한 해결 방안은 같지만, 우선순위가 달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인력 확충에 방점을 찍은 반면 의료계는 고질적인 낮은 수가 정상화와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형사 소송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건수를 보면 일본은 연간 4.2건, 한국은 연간 336.9건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264.9배에 달했고 영국은 연간 약 1.3건, 한국은 연간 186.2건으로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약 218.2배 더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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