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제출 마감 '유급 방지책' 취합 결과
집중이수제·유연학기제, 추가 수업연기…대책 속출
전남대, 학칙 고쳐 휴학 신청 가능 시기 규제 완화
대학들 "의대생 돌아오지 않으면 방법 없다" 토로
다른 대학들도 수업재개 시점을 또 미루거나 학사 유연화 제도를 활용해 유급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내놨다. "임시방편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뉴시스가 교육부 제출 시한인 전날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을 상대로 의대생 유급 방지책을 담은 '탄력적 학사운영 추진 계획'을 취재한 결과 이와 같았다.
교육부는 앞서 3일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 중인 의대생들이 복귀할 시 학습권을 보호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대학들에게 전날(10일)까지 대책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시 연기' 건의 등장…"본과 4학년 임상실습 위태"
대학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북대의 '국시 연기' 건의다. 경북대 측은 본과 3~4학년 임상실습을 오는 20일 재개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우리 본과 4학년은 지난해 40주 간의 임상실습을 마치고 올해 최소 12주만 더 하면 된다"면서도 "국시 신청 전 그걸 마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교육부에 국시 (시험) 일정을 연기하고 원서 내는 것도 조정하면 어떠냐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의대를 졸업하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실기시험을 치고 이어 별도의 필기시험을 본다. 지난해 실기시험은 원서접수를 거쳐 9월1일부터 11월3일까지 실시됐다.
의대생 수업거부 이후 임상실습 시수 미달에 따른 국시 위기론은 제기돼 왔지만, 대학에서 '연기' 건의가 정부에 공식 전달된 것은 처음이다. 국시 원서 접수 전까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따른 임상실습 시수(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북대 관계자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도 (의사 국시 연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적절한 연기 시기를 묻자, 이 관계자는 "저희들이 판단할 사항은 아니고 그런 사항들을 두루 모아서 교육부와 복지부가 상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전 검토설'에 대해 묻자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는 복지부에 그런 이야기를 요청한 적도 없고 복지부는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학 수업 자율성 확대 제도가 '유급 방지책'으로
타 대학들도 유급 시기를 늦추고 등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인하대와 단국대는 '집중이수제'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바탕을 둔 제도로, 대학은 '매 학기 학점당 최소 15시간 이상' 이수시간 기준만 지키면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다. 가령 수업일수가 학기당 15주 이상이었다면 이를 15일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법령과 학칙에 근거를 두고 있고, 다른 대학에선 새롭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집중이수제를 이른바 '온라인 출석'을 위한 방편으로 해석하는 대학도 있다.
단국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고 일정 기간을 정해 두고 업로드 돼 있는 콘텐츠를 수강만 하면 출석했다고 인정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기 시작일과 종료일을 학기가 정할 수 있도록 학칙에 반영해 뒀다"며 "정상적인 1학기 종료일은 6월20일이지만 5월13일부터 수업을 재개하고 8월 말을 학기 종료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본과는 유연학기제로 수업일수를 미뤘고, (휴학 시) 등록금 반환 기간도 미뤄졌다"고 밝혔다.
유연학기제와 집중이수제는 2016년 12월 교육부의 '대학 학사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이 개정되며 도입된 제도다.
당초 획일적인 학사 규제를 풀어 대학의 자율적인 교육 혁신을 유도하고 학생들을 융·복합 인재로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던 바 있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학칙에서 '수업일수 4분의 1' 등의 방식으로 정하고 있는 등록금 반환 불가 시점이나 집단 유급 시점을 미루는 방책으로 쓰이는 셈이다.
◆"다음 주 수업재개 못한다" 최소 4곳…'휴학 특례'도
등록금 반환 불가 시점 연기와 같은 맥락에서 학칙을 고쳐 '휴학 승인 마지노선'을 늦춘 대학도 파악됐다.
전남대는 지난 7일 개정된 학칙에 '수업일수의 2분의 1이 경과된 후엔 휴학할 수 없다'는 규정에 단서를 달았다. '총장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휴학은 그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아니한다'는 조항이다.
전남대는 해당 학칙 개정 이유에서 "의대 학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휴학 신청 기간에 예외를 허용해 집단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휴학 신청을 철회하고 수업에 복귀해 안정적인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당초 계획했던 수업 재개 일정을 더 미루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는 대학도 다수 나왔다.
성균관대는 오는 13일 재개하려던 의대 수업을 6월3일로 다시 미뤘다고 밝혔다. 당초 일정을 잡지 못하던 조선대는 오는 27일 재개하기로 했다.
건양대는 2학기를 9월 말에 시작하겠다고 제출했으나 수업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아주대도 재개 시점을 잡지 못했다. 적어도 의대 4곳 이상이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고자 다음주에도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과 분반, 계절학기 추가 수강도…실효성 지적도
교양수업 비중이 높은 예과 1~2학년의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대학들도 나왔다.
경북대는 의대생들이 계절학기에 신청 가능한 학점 수를 당초 6학점에서 더 확대해 1학기에 채우지 못한 교양강의를 이수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영남대는 이수 가능 학점 수를 확대해 주는 기간을 여름 계절학기와 2학기까지 늘려 달라고 건의했다.
타 학과 학생들과 함께 교양과목을 듣고 있는 예과생들을 위해 분반 신설도 허용해 달라(동국대 와이즈)는 제안도 나왔다.
의료계에서 극단적 수단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학기제' 교육과정의 '학년제' 전환은 부정적 기류가 다수 나왔다.
다만 동국대 와이즈(경주)는 교내 교육과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예과 2학년의 학년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충남대 측은 "중요한 문제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점"이라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게 공통된 정책 대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립 의대 관계자는 "지금 수업을 해도 교육을 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안 나오겠다' 했는데 학사 규정을 바꿔 가면서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교육부가 대응 사례를 취합했으나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집중이수제를 두고 "임상실습 수업은 어쨌든 학생들이 나와가지고 직접 대면 수업을 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론 (재개 시점을) 계속 연기를 하는 방법 밖에 없고, 기간도 한정돼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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