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참여 전 亞 시장서 성장했던 '라인' 경영권 내줄 위기
국제통상 전문가들 "한일투자협정 위반 따른 ISDS 강력 행동해야"
[서울=뉴시스]윤정민 오동현 최은수 기자 = 1억9600만명. 네이버가 개발한 메신저 앱 '라인'의 전세계 월 이용자 수(지난해 12월 말 기준)다.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 라인은 아시아 지역 대표 메신저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메신저 앱은 현재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사인 라인야후로 통합되기 전에도 있던 서비스다. 네이버가 2011년 일본에 우선 출시한 후 전세계 230개국에 출시하며 역량을 넓혀 왔다.
네이버가 라인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건 지난 2019년이다. 당시 네이버 일본 법인이었던 NHN재팬이 메신저 앱을 출시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전 세계 각국에 라인 앱을 비롯해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며 이용자 수를 늘려왔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는 전 세계 6400만명(지난해 10월 기준)이다.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에 운영 중인 금융 서비스 '라인뱅크'는 세 국가에서만 약 84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렇게 아시아 시장 지배력을 키워온 라인은 소프트뱅크와 힘을 합쳐 현재 자회사 119개(지난해 말)를 둔 빅테크로 성장했다.
그 와중에 라인은 일본에서 개인정보 51만여건이 유출되는 상황을 겪었다. 개인정보를 위탁했던 네이버클라우드 서버가 해킹된 탓이다. 통상적으로 개인정보 해킹이 있으면 정부는 해당 기업에 책임을 묻고 과징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요구했던 사항은 자본 관계 정리였다. 소프트뱅크가 확실한 경영권을 쥐라는 얘기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다.
◆네이버, 라인야후 지분 매각 검토…"라인 강탈" 비판 봇물
이 가운데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모기업 A홀딩스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네이버 직원들뿐만 아니라 업계, 학계, 정계 곳곳에서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10년간 공들여 온 아시아 시장을 일본 정부 압박 속에 포기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이 사건을 빌미로 일본이 라인 앱 사용자 기반의 데이터 확보에 탐을 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을 지냈던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일본이 경제안보를 빌미로 라인이 10년 넘게 공들여왔던 플랫폼 사업을 날로 먹겠다는 속내가 있는 거 같다"며 일본 정부·기업의 태도에 대해 "'라인 강탈'이다. 제2의 수출 통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청을 지시한 지 약 한 달 만에 정부도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0일 오후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게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사항이 있을 경우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와도 공동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국제 통상 문제로 짚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韓 국제통상 전문가들 "네이버, ISDS 등 강력 대응 필요…정부도 협조해야"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ISDS) 등 강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SDS란 투자유치국의 투자자 보호 의무에 위반이 발생한 경우 발생한 손해에 대해 투자자가 직접 국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통해 배상받는 제도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와 협조해 국제 중재에 나서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국제통상법 '비례성 원칙'에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달성하려는 행정 목적과 행정 조치 사이에 비례성이 없으면 해당 정부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뜻이다.
또 그는 한일투자협정 10조 '공정 공평 대우' 규정도 위반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경영권을 넘기라는 압박 행위 자체는 중대한 국제통상법 위반이다. 판례도 있다"며 "네이버로서는 그 지분을 넘기는 것이 정말로 네이버가 원하는 해결이라면 그렇게 하는 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양희 교수도 "ISDS로 하면 거의 100% 승산이 있다. 일본 정부는 안보라는 핑계로 예외라고 말하겠지만 되든 안 되든 우리가 이 카드를 가지고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SDS는 네이버가 직접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소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투자 협정 주체인 만큼 정부가 네이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네이버는 지금 일본에서 사업을 완전히 접고 나올 게 아니라면 일본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도 "한국 정부가 기업 대 기업으로만 맡기지 말고 일본에 투자해서 일본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한국 경제계에 대한 보호 또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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