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페인·영국 등서 수백만 팬층 끌어모아
외신 "1000만 달러 수익" "35억 파운드 가치"
전문가들 "시장 개척 가능성"…"행복 극대화"
"'실제'로 인식하는 식으로 감수성도 바뀌어"
"자극적으로" "제어하기 곤란"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이창환 구지윤 인턴 기자 = 멋진 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도 함께 사진을 찍는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네일 아트를 받는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연예인 못지않은 자신감을 뽐내면서 자연스레 카메라 앞에 서는 이들의 정체는 이른바 '가상 인플루언서' 'AI(인공지능) 인플루언서'다.
유튜브·틱톡을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AI 인플루언서들은 많게는 수백만명을 웃도는 팬들까지 확보한 모양새다.
가뭇가뭇한 주근깨부터 깊게 패인 팔(八)자주름, 조그마한 모공까지 연출해낸 이들을 볼 때면 마치 실존하는 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도 들기 마련이다.
'셀카'와 같은 정적인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에 담긴 이들의 정교한 움직임을 보면, 실제 사람과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이들은 때때로 세계적으로 유명인들과 다정하게 찍은 '인증샷'을 선보이기도 한다.
모델·아티스트 등 저마다 직업을 갖거나 특정 행보를 이어간다는 콘셉트는, 이들이 '실재'한다는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요소가 되는 듯하다.
일부 AI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의 광고 속 주인공 자리까지 꿰찬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브라질계 혼혈이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신 10대 여성 콘셉트로 등장한 '릴 미퀼라'(Lil miquela)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각각 261만·350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미퀼라는, 최근 협업에 나선 MSI·BMW를 비롯해 지금까지 디올·샤넬·캘빈클라인 등 여러 브랜드에서 모습을 내비쳤다.
그는 미 타임지가 2018년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앞서 4년 전께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추정한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다 정교한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로 탄생한 '이마'(Imma)는 일본 도쿄 출신 가상 인플루언서다. 일본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다는 패션모델 이마는, 잡지 커버 스타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및 화장품업계 외에도 코치·포르쉐 등 브랜드 모델로도 활동했다는 이마는 최근 테드 토크쇼에 초대받았다는 소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배경·인물 등 현실을 기반으로 제작한 사진·동영상을 내놓는 특징 때문에 이마의 SNS에는 '정말 만들어진 인물인가'라는 반응이 쇄도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한 브라질 유통업체가 크리에이터로 내세운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 '루 도 마갈루'(Lu do Magalu)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각각 281만·692만·730만명의 구독자와 팔로워를 보유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스페인·영국에서 활동 중인 '슈두'(Shudu), '알바 레이나'(Alba Renai), '에밀리 펠레그리니'(Emily pellegrini) 등이 유명세를 탔다.
국내에서도 '로지' '루시' '루이커버리' 등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수십만명의 팬층을 확보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순께 한 외신은 "가상 인플루언서의 가치는 이미 35억 파운드로 추정되며, (오는) 2025년까지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급자 측면에서의 소비 시장 개척, 수요자 측면에서의 만족도 높은 콘텐츠 수용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AI 인플루언서가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관련) 회사들이 AI 기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AI 인플루언서를 만드는 걸 고민하는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가상 인물을 만들어 마케팅한다든가,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진행하게끔 한다. 이 경우 정해진 제작비로 충분히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의 수요가 더 우선적이지만, 그걸 통해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기 때문에 AI 인플루언서와 같은 인물들이 점점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요즘은 모든 것이 수용자들과 그들 행복의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연결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특히 알고리즘과 AI가 움직이지 않나"라며 "그러니까 당연히 팬덤이라는 게 구축된다"고 내다봤다.
대중의 감수성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얼만큼 (AI 인플루언서들을) 실제처럼 받아들이는가,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대중들의 감수성이 변화하면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어갔다"며 "지금은 인플루언서와 같은 개념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아바타처럼,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봤다.
다만 이들은 실제 접촉을 통한 소통 및 성장의 불가능, 더욱 큰 자극만을 좇는 방향성, 장기적인 세계관 미비 등은 AI 인플루언서들의 한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한 콘텐츠 오용'이나 '저작권 침해', '정체성 혼란 야기' 문제 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평론가는 "금전적인 목적을 위해 그들을 다양하게 자극적인 일들을 하게끔 만들 수가 있다. (또 이들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갈등, 혼란을 가져올 수가 있다"고 우려했고, 정 평론가도 "인플루언서 단계에서는 개발자들이 상업적으로 오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탰다.
김 교수도 "문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조회수와 같은 반응이 극대화된 쪽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그걸 제어하기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첨언했다.
한편 '온리팬스' '팬뷰'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신체 노출을 하거나 몸매가 부각된 차림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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