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방지 'NSDS' 공개…잔고 관리 전산화·초과 매도 자동 차단
기관투자자 동참 과제로 남아…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의 구축 방안을 첫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 등과 '전산시스템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한 지 5개월 만이다.
원리는 주식 잔고 관리를 전산화해 초과 매도 주문은 자동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1차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무차입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공매도에 부정적이던 개인 투자자들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이 공매도 전산화였던 만큼 금융당국의 방안이 이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25일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2차)'에서 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과 공동으로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전산 시스템은 크게 두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기관투자자의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해 무차입 공매도 주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첫단계다. 또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는 중앙 차단 시스템을 통해 상시 자동 적발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다른데서 빌려와 매도하는 투자 기법인데, 미리 빌리지 않고 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체 마련해야 하는 내부 시스템은 무차입 공매도를 3중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우선 전일 잔고 및 당일 실시간 매매 자료를 반영해 잔고를 초과하는 매도 주문은 자동 거부된다. 보유 수량이 부족하면 대차 전담부서로부터 차입해와야 하며, 차입 승인이 나기 전엔 공매도가 불가하다. 차입 확정 건, 리콜 건 등이 실시간으로 전산에 반영돼 잔고를 만족시켜야만 매도 주문이 나간다.
증권사는 시스템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해서만 공매도 주문을 수탁해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없으면 개인이나 법인 등을 제외하곤 공매도 주문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기관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외국계 21개사·국내계 78개사이다. 금감원은 이들이 전체 공매도 거래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어 불법 공매도 차단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중 3~5%는 개인 공매도며 기타는 법인 또는 중소형 기관 등이다.
이번 전산 시스템의 또 다른 한 축은 한국거래소가 도입할 중앙차단시스템(NSDS)이다. 이는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을 전산 연계시켜 거래 정보를 한데 모으고, 모든 매도 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 가능 잔고와 상시 대사해 무차입공매도를 상시 차단할 예정이다.
NSDS는 기관투자자로부터 매도 가능 잔고와 장외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받고, 대체거래소를 포함한 거래소는 기관투자자의 장중 매매 내역을 집계할 예정이다. 모든 매도 주문을 이 세가지 매도 가능 잔고와 비교해 매도 호가를 점검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자동 적발하는 원리다.
금융당국은 2018년에도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정보 수집 채널이 장외 거래는 예탁원, 장내 거래는 거래소 등 대여섯개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일원화해야 해 사실상 중앙 시스템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스템은 기관투자자들 각사가 자체 잔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 전달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상호 체크를 위해 정보 루트를 이원화시켜 시스템 구축 비용은 줄이고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NSDS 구축 비용은 약 70억원으로 예상된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이 같은 전산화 방안으로 무차입 공매도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불법 거래를 신속히 탐지해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간 적발이 어려웠던 정상 결제 무차입 공매도를 자동 적발하고 업틱룰(up tick rule) 적용 회피를 목적으로 공매도 표기가 아닌 일반 매도 주문으로 표기한 무차입 공매도도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틱룰이란 주식 공매도시 매도 호가를 직전 거래 가격 아래로 내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현재는 금감원이 투자자로부터 자료를 징구해 무차입 여부를 판별하는 식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보유하지 않은 종목을 미리 팔고 결제 이행을 위해 사후 차입해와도 결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자동 적발이 어려운 것이다. 또 차입 없이 일반 매도로 주문 낸 경우 역시 현재로선 미리 적발이 어렵지만 NSDS는 잔고 정보를 기반으로 공매도 미표시 사실도 적발할 수 있다.
향후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 등을 확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관투자자들이 NSDS와 연계될 수 있을 수준의 잔고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대차잔고관리시스템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 가이드라인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등을 다음달 내 배포할 예정이다.
결국 잔고 관리를 위한 입력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차입 계약된 잔고를 잘못 입력하는 등 실수가 생기면 전산시스템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문제없이 잔고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에정이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서비스를 제공하는 21개 국내외 빅플레이어들을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 비중이 큰 대형 기관투자자들과는 충분히 이야기가 된 상황"이라며 "전산 구축 없이는 공매도 주문이 불가해지기 때문에 다른 곳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NSDS 설치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선결 과제로 남아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잔고 내역 등을 NSDS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법 개정 이후 설치까지 고려하면 전산 시스템 가동은 빨라야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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