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 효과 전 '마곡 악재' 공포감 커져
"이르면 내달 상환 시작"
예상 물량만 비트코인 13조원치
"대규모 이탈 없을 것" 낙관론도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최근 반감기를 거친 비트코인이 10년간 묵은 매도 압력에 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상환 절차가 임박하면서다. 예상되는 상환 물량만 비트코인 13조원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운트곡스는 최근 채권자들에게 반환될 가상자산 규모와 반환 날짜 등을 처음으로 공지했다.
일부 채권자들이 레딧에 제보한 해당 정보를 정리하면 마운트곡스는 이번 상환 절차에서 ▲비트코인 14만2000개(13조200억원) ▲비트코인캐시 14만3000개(1000억원) ▲현금 690억엔(6103억원)을 돌려줄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반환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채권자들이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상환 절차 마감일이 오는 10월 31일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6개월을 반환 가능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매년 코인 시장에 공포를 안겨줬던 마운트곡스 악재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그간 가상자산 업계는 마운트곡스가 상환을 시작하면 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국내 코인러들도 이른바 '마곡'으로 부르며 대표 악재로 꼽았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12월 마운트곡스가 일부 채권자에게 현금(엔화) 채권 상환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띤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상환 규모가 구체화되면서 공포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지난 20일 4년 만에 맞이한 반감기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마곡발(發) 매도 압력이 시장을 짓누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자들이 거래소 파산 이후 10년 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란 점에서다.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업체 K33은 2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13조원 규모의 마운트곡스 상환 물량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해당 물량이 반드시 매도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장을 놀라게 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르면 내달부터 반환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자들이 받은 가상자산을 한꺼번에 매도할 가능성은 낮지만, 마운트곡스발 매도세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는 "예상대로 상환이 진행될 때 채권자들의 상당한 매도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거래소 붕괴 이후 약 10년에 걸친 채권자들의 기다림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매도 압박은 과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장 영향이 있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할 당시 고문이었던 샘슨 모우는 "마운트곡스 채권 상환으로 인한 가상자산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우는 "10년을 버텨온 채권자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이 다른 대체 자산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티 그린스판 퀀텀 이코노믹스 창립자도 "마운트곡스가 상환할 비트코인 규모는 시장이 단기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 문제로 발생할 잠재적 영향은 금방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010년 설립된 마운트곡스는 당시 비트코인 거래 점유율 70%를 차지한 만큼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해킹으로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4%에 달하는 비트코인 85만개를 잃고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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