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정글밥에서 김병만을 뺀 게 아니다."
SBS TV '정글밥'이 첫 방송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개그맨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2011~2021) 방송 재개를 기다렸으나, 자신을 빼고 정글밥을 론칭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더욱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는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개그우먼 김신영이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물러났는데,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사건과 오버랩됐다.
SBS CP는 22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정글밥은 김병만씨를 빼고 간 게 아니다. 김병만씨에게서 나올 수 있는 기획안이었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김병만씨를 섭외하지 않았다. 근데 '왜 뺐느냐'고 하면 (맞지 않다)"며 "(김병만씨가 정글의 법칙을 오래 해) 그 섭섭함을 잘 안다. 그래서 우리가 '억울해, 아니야'라고 하기에는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하고 또 고마운 분"이라고 밝혔다.
"(윗선과 갈등 등도) 전혀 아니다. 아예 새롭게 가기 위한 것"이라며 "김진호 PD와 김병만씨는 10년간 정글의 법칙을 함께 한 동료 아니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웬만하면 가서 얼굴을 보고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워낙 오래된 사이라서 (갈등을) 풀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하반기 방송예정인 정글밥은 오지 식문화를 체험하는 콘셉트다. 정글의 법칙 김진호 PD가 연출하며, 탤런트 류수영과 개그맨 이승윤 등이 출연을 논의 중이다. SBS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정글의 법칙 역시 야생에서 생존하며 식재료를 구해 요리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출연진 역시 새롭지는 않다. 이미 류수영은 KBS 2TV '편스토랑'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고, 이승윤 역시 정글의 법칙 출신일 뿐 아니라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활약 중이다. 물론 섭외는 제작진 권한이지만, '김병만을 포함해도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반응도 많다.
SBS는 류수영과 함께 정글밥을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김 PD와 류수영은 지난해 '옆집 남편들-녹색 아버지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SBS는 지난 19일 "스리랑카 촬영 당시 현지 시장에서 산 식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한국의 맛을 재현하는 류수영씨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며 "정글밥을 통해 K-레시피가 우리와 전혀 다른 식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린다는 콘셉트에 맞춰 K-식문화 교류기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정글의 법칙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영향도 컸다.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을 주축으로 정글 오지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다. 2011년 첫 선을 보였으며, 2020년 6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촬영이 중단 돼 9년 만에 휴지기를 가졌다. 그해 8월 국내편으로 재개했으나, 2021년 5월 끝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해외편으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3년 가까이 선보이지 못했다. 김병만은 유튜브 채널 '정글 크래프트'를 개설, 야생 생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스튜디오프리즘 임원도 "김 PD는 그런(아이디어를 뺏어가는) PD가 아니"라며 "김병만씨는 김 PD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눠 (정글밥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만,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갑자기 공론화 돼 김 PD도 굉장히 힘들어 한다"고 귀띔했다. "녹색 아버지회 제작진 그대로"라며 "올 1월에 편성을 확정 짓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싶었는데, 제작진과 출연진도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지난주 짧게 입장을 밝혔다. 사실 그 내용이 다"라고 설명했다.
"정글의 법칙과 전혀 상관없다. 제목에 정글이 들어가서 그런 것 같은데, (정글의 법칙처럼) 불 피우고 움막집 짓는 게 아니다. 쉽게 말하면 현지에서 생존보다 요리사가 주가 되는 것"이라며 "김병만씨가 구체적인 기획안을 잘 몰라서 오해하는 것 같다. 아마 프로그램 구성안을 보면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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