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사업 지연될라"…재개발·재건축 공사비 증액 합의 잇달아

기사등록 2024/04/23 06:00:00 최종수정 2024/04/23 07:02:51

건설사 '선별 수주' 선회…공사비 급등에 시공사 재선정도 난항

"공사비 증액 갈등 최소화하기 위해 객관적인 검증 절차 필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시공사를 재선정하는 것도 정말 어려워요."

지난 22일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를 찾는 데 1년 넘게 애를 먹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했지만, 건설사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잇따른 유찰 끝에 조합에서는 공사비를 이전보다 더 올려서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을 두고 도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해지 결정을 번복하고 재계약에 나서는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로 나서면서 시공사를 찾지 못한 사업장이 많아진 영향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시공사 교체까지 거론됐던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에서는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조합은 2020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 512만원에 계약했지만, 지난해 시공사가 898만6400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자. 하지만 약 1년간 공사비 증액 협상을 이어온 끝에 지난달 3.3㎡당 784만원으로 합의했다. 애초 시공사가 요구한 공사비 898만원보다 약 100만원 낮은 수준이지만, 계약 당시보다 53% 오른 금액이다.

또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2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인 라온건설과 3.3㎡당 550만원에 합의했다. 지난 2021년 조합과 라온건설은 3.3㎡당 공사비 434만원에 가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4월 529만원으로 공사비를 증액해 조합과 계약했다가 같은 해 7월 562만원까지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원 투표 거쳐 안건을 부결시켰다. 조합은 올해 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결국 기존 시공사인 라온건설과 공사비 인상안에 대해 협의하고, 재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조합과 시공사간 합의가 이뤄졌다. 대우건설과 GS건설, 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시공단은 지난해 2월 3.3㎡당 661만원의 공사비를 조합에 제시했지만, 조합이 거부했다. 조합은 공사비를 낮추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조합과 시공단은 3.3㎡당 공사비 629만원에 합의했고, 오는 11월 조합 총회를 거쳐 최종 공사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기존에 계약을 맺었던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563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7% 상승했다.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1149만 8000원으로, 약 24% 상승했다.

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2015년 공사비=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시공사 재선정을 위해 입찰을 진행해도 시공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라가고, 공사비 인상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공사비 원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비롯해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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