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한계 지적에 일각서 당 재편 움직임
전대룰 수정·혁신형 비대위 등 요구 거세
당 주류 시큰둥…물밑 신경전 지속 가능성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기자 = 여당 내에서 4·10 총선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수도권 당대표론'이 떠오르고 있다. 아예 전당대회 룰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 규칙대로 '당원투표 100%'를 적용하면 영남권 후보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 세력과 수도권 인사들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강한 만큼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수도권 유권자를 잡지 않고서는 1당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각인시킨 터여서 수도권 민심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여당 내부에서는 차기 당권주자로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5선에 오르는 비윤(비윤석열계)계 중진으로 수도권 험지에서 생환하면서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4선 안철수 의원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수도권 중진인 권영세 의원도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번 4·10 총선에서 '영남당'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도권 당대표론'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을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밑작업도 한창이다.
당내 수도권 인사들은 현재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에서는 '민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이 비율을 50%까지 줄이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나왔다.
김재섭 당선인(서울 도봉갑)은 세미나에서 "국민이 우리 당대표 선출 과정에 투표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보수 재건을 이야기하더라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영남의 정서를 기준으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대선과 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도권 민심을 잡아야 하는데 지도부만큼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게 맞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19일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는 수도권 낙선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요구가 쏟아졌다.
나아가 이들은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도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 인사로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형 비대위에서 전당대회 룰을 비롯해 지도부 체제를 뜯어고친 이후에 수도권 중심의 새 지도부에 이를 넘겨주자는 거다.
오신환 전 의원은 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영남 중심의 지도부가 느끼는 민심과 (실제 민심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변화, 혁신으로 당의 미래를 계획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수도권 민심에 즉각 반응하고 전략을 짜고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영남 자민련으로 계속 남아 이 위기를 계속 가지고 갈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내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친 직후 취재진에게 "아직까지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정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2일 당선자 총회를 한 번 더 하니 그때 또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영남권 여권 인사들이 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권영진 당선인(대구 달서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며 "영남마저 갈라치기 당했거나 패배했으면 국민의힘과 보수당은 괴멸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당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돼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며 "당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 룰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당분간 수도권과 영남권 인사들의 신경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 심판론'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한 상황에서 주류 세력이 마냥 버틸 수는 없지만,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이 변화하고 개선해야겠다 싶으면 예를 들어 김재섭 당선인 같은 인재를 차근차근 키우겠지만, 문제는 그럴만한 세력이 없다"며 "당을 재건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이고, 그런 사람들이 당에서 아무런 역할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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