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들 의대증원 규모 축소 정부에 건의
"과학적 근거 바탕 산출 증원규모 아니면 무의미"
"증원규모 두고 오락가락…대통령·정부 신용불량"
19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도 되도록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공의 등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산출된 의대 증원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면서 정부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전의교협이나 대전협이나 의협은 처음부터 의대 2000명 증원 자체가 실제 계측돼 나온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다"면서 "의대 정원이 처음부터 근거를 기반으로 책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50% 줄이든 60% 줄이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인구학적 특성, 인구 집단의 건강상태, 의료 서비스 이용율과 목표량 등 수요 조사는 물론 의사 유입 및 유출 현황, 인공지능(AI) 도입 등 미래 의료 환경의 변화, 의대 교육 환경, 미래의 정책적 변화 등 공급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건의한 이유들을 살펴보면 교원 확보의 어려움 등 교육 여건이 미비하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이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계가 주장해온 원점 재검토가 합리적인 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도 19일 페이스북에 “기껏 생각한다는 게 허수아비 총장들 들러리 세워 몇백 명 줄이자는 거냐”며면서 “‘잘못된 정책 조언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 원점 재검토하겠다’라고 하는 것밖에는 출구가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두 달 가량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니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정부에서 급하게 탈출 전략을 세우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복귀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가지를 요구해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오락가락해온 만큼 이번 의대 증원 규모 축소 움직임조차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대통령과 정부가 신용불량 상태"라면서 "하루에도 발표하는 입장이 다른데, 오늘 저녁에 대통령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할지 누가 아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2천명 증원은 최소 규모라고 밝혀 '늘릴 수 있다'고 해석됐고,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천명은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며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면서 "또 국무총리는 2천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밝혀 '줄일 수 있다'고 해석됐고, 복지부 장관은 2천명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줄일 수 있다'고, 차관은 2천명 방침은 '유효하다'고 밝혔다"면서 "지금 무정부 상태이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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