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다지던 韓경제 '新3고' 엄습…성장률마저 잡아끈다[퍼펙트스톰 경고음①]

기사등록 2024/04/20 07:00:00 최종수정 2024/04/22 11:26:13

중동 정세 불안에 수입물가 급등세 韓 경제 경고등

2%대 경제성장률 달성 안갯속…하향 조정 가능성↑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부담 확대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이 쇼핑카트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2024.04.02. kmn@newsis.com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심화된 경제 위기를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주한 '신(新) 3고' 복합 위기는 큰 악재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잠재적 악재까지 표출되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가 급등하고,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물 경기는 제자리를 맴돌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물가 상승이 내수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국제유가 오름세에 3월 수입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후퇴와 중동 정세 불안정이 맞물리면서 향후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중동 정세 불안에 수입물가 급등세 韓 경제 경고등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란에 재반격을 가한 이후 한국 경제엔 비상이 걸렸다.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중동발(發) 오일쇼크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불안정한 국내 물가 상황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수입물가는 두바이유 상승에 따른 여파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는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물가의 오름세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국내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며 경제 전반에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타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선 '수입액 증가→경상수지 악화→외환 감소→환율 불안'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물가 불안이 심화되면 중앙은행이 나서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국제유가와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서울=뉴시스] 미국 ABC 등은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20㎞가량 떨어진 제3 도시 이스파한 인근 군사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공격으로 발생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2%대 경제성장률 달성 안갯속…하향 조정 가능성↑

올해 2%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안갯속이다. 3고 현상이 지속되면 시설투자 등을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회사채 발행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고유가와 원화 가치 하락은 원자재, 물류,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 철강 등 제조업 타격이 클 수 있고 항공·해운도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

기업들의 연쇄 부진은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1.4%로 역대 6번째 낮은 기록이었다. 전년 2.6%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예상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난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0.8%), 코로나19 펜데믹에 빠진 2020년(-0.7%) 등을 제외하면 1956년 0.6%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2.2% 경제성장률을 예상했고 한국은행 2.1%, 국제통화기금(IMF) 2.3%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중동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향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37.85로 전월보다 0.4%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바이유는 3월에는 84.18달러로 전월대비 4.1% 상승했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 2024.04.16. bluesoda@newsis.com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부담 확대

중동 정세불안에 따른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동시에 서민 가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서민들의 경우 소득이 제자리에 있는데 고물가로 인해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물가는 올랐는데 유동성은 떨어지면서 내수가 부진해질 수밖에 없고 기업 실적 악화, 경기 불황 심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소득이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지만 고소득층은 물가 상승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 소비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 사회적 분열과 갈등에 의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 인상폭이 커지며 물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내수 기업은 비용 상승 부담이 지속될 수 있고 내수 시장에 가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4.01.31.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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