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지속에 기준금리 인하 예상시기 더 밀려나
국내 대출금리 내림세도 전환 국면 "다시 오를 것"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은 한국 국고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 등 시중금리가 오르게 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전날 3.900%로 나타났다. 지난 8일 3.808%에서 일주일 새 0.1%포인트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 기간 금융채 1년물은 3.556%에서 3.589%로 0.033%포인트, 2년물은 3.557%에서 3.633%로 0.076%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앞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강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층 더 내려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이에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를 넘어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장중 5%를 넘어서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전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57%포인트 오른 3.618%,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9%포인트 오른 3.469%에 장을 마쳤다.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호한 3월 소매판매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국채수익률 상승과 달러 강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견고한 경제의 성장은 금리인하 지연과 더 높은 금리에 대한 수용가능성을 키워, 미 장기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달러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는 내림세를 보여 왔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한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온라인 대환 플랫폼 가동으로 갈아타기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컸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2월 4.10~4.88%에서 올해 2월 3.94~4.06%로 내려왔다.
변동형 금리를 산정하는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넉 달 연속 하락했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00%에서 올해 3월 3.59%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기존 예상보다 늦게 소폭 내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중동 위기가 고조되며 상황이 바뀌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조달비용 하락으로 코픽스가 내렸지만 이달 들어 다시 상승하는 상황"이라며 "중동 분쟁 리스크 확대로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조달 비용이 늘고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추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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