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의대 교수, 진료 환자에 호소문
"질적으로 저하된 의사 키울 가능성"
"환자 위한 시스템 위해 불편한 길"
환자 "호소문 읽고 의사들 이해했다"
[서울=뉴시스]김래현 문채현 수습 기자 = 전공의 집단사직이 8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의료 공백에 관한 이해를 구하는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들은 지난 8일부터 '환자분께 드리고 싶은 의사의 마음-2024년 봄'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앞서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2000명 확대가 무리인 이유 등을 설명하는 호소문을 환자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호소문은 교수들이 인쇄해 자발적으로 환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당시 교수 비대위는 집단 사직서 제출에 이어 외래 진료 최소화를 결정한 뒤 호소문을 배포하기로 했다.
호소문은 "전공의 사직 등 의료 현장 인력 부족으로 길고 긴 터널 같은 시간이 무겁게 흐르고 있는데 급기야 대학병원 교수 사직까지 발표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필수 의료 의사들은 처음부터 부족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의료 수가 체계의 심각한 문제로 진료할수록 마이너스가 되다 보니 필수 분야를 떠나 비필수 분야로 옮겨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체 의사는 많아도 필수 의사는 부족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증원해 봐도 늘어난 의사들 역시 필수 의사를 하지 않는 현상의 반복과 악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호소문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배분은 각 대학의 교육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의대 시설 부족뿐 아니라 아무리 짧아도 1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의대 교수 양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 각 대학 교수 인력 충원도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질적으로 저하된 의사를 키워내게 돼 향후 겉핥기식 의료가 되면 부실 의료가 되고 국민이 내야 하는 건강 보험료는 급증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갈 것"이라며 "그래서 의사들 모두 힘을 다 해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소문 말미에는 "정부와 의사의 갈등 속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의사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진료 중 응원 말씀을 전해주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한 더 좋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금 잠시 불편하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는 입장이 표명돼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호소문과 더불어 '필수 의료과 해법이 2000명 낙수론?'이라는 홍보물도 배포하고 있다.
홍보물에는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필수과와 지역으로 분산 배치될 것이라는 낙수론. 떠밀려 온 의사에게 생명을 맡길 것이냐'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똑같은 병명의 암을 치료해도 소아 치료비는 성인의 3분의 1.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평점 테러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폐업으로 내몬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필수의료과 의사 부족 사태는 의대 정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췌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위해 전날(15일) 오후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문재호(56)씨는 진료 뒤 이 호소문을 받아봤다고 한다.
문씨는 "(의사들이) 사람 목숨 갖고 그런다고 하는데 자유 민주국가인 만큼 본인들 밥벌이도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 한다"며 "나도 환자 입장이지만 (의사들이) 자기 의사 표출하는 건 당연한 거다. 사직하면 구속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며 꽉 막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가 양측의 대화를 통해 부드럽게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의사도 집회를 하는 등 강 대 강 대치로 가는 건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부정적이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전날 병원을 떠난 전공의 1360명을 대표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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