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권·사직권·직업선택의 자유 등 방해"
"사직서 수리 금지·각종 명령해 근무 강제"
"박차관 경질되기 전 병원 절대 복귀 안해"
분당차병원을 사직한 정근영씨를 비롯한 전공의 20명은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지하 1층에서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의들의 휴식권과 사직권, 의사로서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로 일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면서 "전 전공의들은 오늘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의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번 고소에 참여하는 사직 전공의들을 대표해 이날 우편으로 공수처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피고소인으로는 박 차관 외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포함됐다.
이번 고소는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차원이 아닌 전공의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정씨는 "원래 혼자 진행을 하려 하다가 SNS를 통해 각 병원의 전공의 대표들에게 참여 의사를 물었고,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국에서 1362명(중복 제외 시 1360명)의 사직 전공의 동료들이 이번 고소에 참여했다"고 알렸다.
그는 "사직서를 제출해 더 이상 전공의 신분이 아니다"면서 "정부의 폭압적이고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강행을 보면서 전문의 수련 후에도 이 나라의 의료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오히려 수련병원장들에게 직권 남용을 해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했고, 필수의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90% 이상인 1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향해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정씨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박 차관을 조속히 경질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씨는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박 차관은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수입하고 의대끼리 공유한다는 말로 저희의 마음을 짓밟고 시신을 기증하신 분들의 고귀한 뜻을 도구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차관이 건재한 이상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면서 "함께 파트너십을 갖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협력해야 할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가 파탄이 났다. 이 사태의 책임자인 박 차관을 즉시 경질하고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박 차관을 향해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그는 "정중하게 카데바 수입, 전세기 관련 발언 등에 대해 꼭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경우 경질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차관은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의대교육 부실 우려에 기증된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 2월 말 박 차관이 전공의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만 한자릿수 참여율에 그친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의대증원 사태)결정권자는 윤석열 대통령인데 박 차관과 면담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얘기들이 많이 오고 갔다"면서 "일종의 요식행위, 보여주기식 행사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7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의료계 선배님들께도 부탁드린다"면서 "서로 처한 상황이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부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화합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달라"고도 말했다.
그는 "교수님들이 너희들 마음 이해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도 취하지는 않으시고 항상 늘 그런 입장이셨다"면서 "정말 말 그대로 중간 착취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병원협회에서 최근 박 차관을 불러 축사를 하게 하는 것을 보고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신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면 만족감도 아주 큰데, 사직 후 환자를 돌보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이 많이 불편하다"면서 "일단 정부와 의료계가 빨리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분들께서 빨리 후속 치료를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정씨를 비롯해 사직 전공의 20명이 "한국의료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근거없는 2000명 당장 철회하라', '세계최고 한국의료 근거없이 탄압하나', '전세기 띄울 돈으로 필수의료 살려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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