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상흔에 건네는 공감과 위로"
예술로 전하는 '기억', '위로', '바람'
4월12일~7월14일 전시실 1~2에서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미술관은 안산의 지역공동체로서 예술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질문하고,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10주기를 추념하며 재난의 상흔에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합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의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가 12일 개막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동시에, 재난에 대한 사회적 상생의 방향을 예술을 통해 모색하기 위한 전시다.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은 참사 당시 합동분향소가 있던 화랑유원지에 위치해 있으며,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등학교를 마주하고 있다.
세월호참사로 슬픔과 고통을 내포한 '바다'는 참사 이전과 같은 바다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생명과 순환을 상징하는 의미를 소환해 사회적 재난을 비춰보는 뜻에서 전시 제목을 '우리가, 바다'로 정했다.
'우리가, 바다'는 '기억', '위로', '바람'의 뜻을 담은 3가지 '바다'로 구성됐다. 먼저 '우리가, 바로보다'는 세월호참사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 또는 개인의 경험에 비롯됐으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가, 바라보다'에서는 희생자와 유가족 뿐 아니라 참사를 바라보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겪었을 아픔에 대해 예술로서 위로를 전한다.
'우리가, 바라다'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공동체의 의미, 생명의 가치, 실제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자세 등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다루는 작품을 한 데 모았다.
전시에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운드, 사진, 퍼포먼스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17인(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권용래, 김명희, 김윤수, 김준, 김지영, 무진형제, 리슨투더시티, 송주원, 안규철, 윤동천, 오로민경, 이우성, 이정배, 이진주, 전원길, 홍순명, 황예지 등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와 주제의 예술로 공통의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면서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1층에서 자리한 윤동천 작가의 '노란방'은 노란색으로 칠해진 공간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리본 조형물과 함께 말방울 소리가 울려펴지는 작품이다. 미술관에서 울려퍼지는 말방울 소리는 찾고 싶은 누군가를 혹은 잊혀가던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2층 전시는 사회적 재난이 드러내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는 작업을 이어온 김지영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바람'은 진도 팽목항에 부는 바람 속도를 BPM으로 변환해 북소리를 표현한 작업이다. 함께 전시된 '파랑 연작'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과거 32개의 재난을 신문 보도 사진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안무가 송주원의 '내 이름을 불러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댄스필름으로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몸짓으로 하나하나 새기며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송주원 안무가는 세월호 참사 1주기부터 매년 희생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추모와 애도를 해왔다.
황예지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은사님을 떠나보냈던 작가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수집과 기록을 하고, 이를 사진과 글 형태로 시각화했다. 그의 작품 '안개가 걷히면'은 애도의 마음으로 찾았던 팽목항, 목포신항, 단원고등학교, 화랑유원지 등의 사진과 세월호 참사 보도사진 기자와의 인터뷰를 담아냈다.
3000명의 관객참여로 완성되는 안규철 작가의 '내 마음의 수평선'은 수천 명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임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그림이다. 누구나 창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작은 조각 속에 담긴 관객의 마음이 윤슬의 빛이 되고, 각자가 그린 수평선이 담긴 바다가 된다.
안규철 작가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던 사건이지만, 세월호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직도 못 받았다. 전시에 참여한 관객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동안 우린 뭘 했고,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질문을 품었으면 좋겠다. 기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억한다면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준비한 조민화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난을 기억하고, 예술로 반복되는 재난에 대한 위로를 전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공동체로서 미술관이 해야 할 일과 슬픔, 고통을 나누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중이 문제의식을 갖고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실제 재난에 대비해 우리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7월14일까지 이어지며, 모든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도미술관 공식 누리집(https://gmoma.ggcf.kr)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한편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에서는 '4·16공방'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제작한 공예작품과 영상 2점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또 폐막일인 7월14일에는 퍼포먼스 작가 오로민경이 김선기 작가와 함께 자연으로부터 찾은 소리를 통해 공동의 위로와 기억을 잇는 사운드 퍼포먼스 '기억 위로 얻은 소리들'을 선보인다.
그 밖에 ▲김지영 작가의 '작가와의 대화'(4월27일) ▲이우성 작가와 함께하는 '드로잉 워크숍'(5월17일) ▲황예지 작가의 청년 대상 '포토에세이 워크숍' ▲리슨투더시티가 실제 재난 상황을 대비한 장애-비장애인 통합 재난 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등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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