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총리 방미, 수면 아래 감춰진 목적 2가지는

기사등록 2024/04/09 12:19:38 최종수정 2024/04/09 13:08:52

지지율 추락 위기감, '외교의 기시다' 어필…정권 부양 목적

'트럼프 당선' 우려에 협력 제도화 꾀해…美투자도 강조

[도쿄=AP/뉴시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9일 미국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로서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그는 안보·방위 등 협력 강화를 내세워 양국 간 밀월을 강조할 생각이다. 사진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 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외신들과 인터뷰를 가지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4.04.09.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9일 미국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로서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그는 안보·방위 등 협력 강화를 내세워 양국 간 밀월을 강조할 생각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출발하기에 앞서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일미(미일) 관계가 한 층 더 대단히 견고하다고 확인하겠다. 세계에 발신하는 중요한 기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외적 목적인 '미일 밀월' 수면 아래에서 그가 꾀하는 또 다른 방문 목적도 있다. 자신의 총리 임기 연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1월 대선 당선 시 미일 관계 유지를 위한 포석이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29일 집권 자민당 파벌 정치자금 문제로 열린 중의원(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4.04.09.

9일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미를 '외교의 기시다'를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의욕을 가지고 있다. 7일에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으며 8일 오전에는 가토 료조(加藤良三) 전 주미 일본대사와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미국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을 위해 영어 연설 연습에도 나선 그는 주위에 "이제부터는 외교와 경제다.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미에 이렇게 의욕을 보인 배경에는 "직면한 국내 정국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그가 총재로 있는 집권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 등으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방미 성과만이 정권 부양을 꾀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기시다 총리가 그리는 청사진은 우선 이번 방미 성과로 4월 28일 중의원(하원) 3개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국회에서 정치자금규정법을 개정하고 6월에 소득세·주민세 감세를 개시한다.

이를 통해 지지율이 반전된다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단행한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 9월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이 청사진의 첫발이 기시다 총리의 방미다. 정권 부양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솔트레이크·베드민스터=AP/뉴시스] 지난해 8월10일(현지시각)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지난해 6월13일 베드민스터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2024.04.09.
또 다른 기시다 총리의 목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서 시작된다.

한 총리 관저 간부는 아사히에 "대외적으로 말 할 수 없지만 우리의 목적은 '만일 트럼프 당선'이 돼도 일미 관계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아사히에 밝혔다. 다른 총리 관저 간부도 이러한 목적이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미 의 '뒷 테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다국간 협력, 동맹 관계를 경시한 바 있다. 최근 미국 내 격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이든 대통령을 웃돌자 일본 정부 내 우려는 강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미를 통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미국 주도 다자간 협력 틀을 '제도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11일 바이든 대통령, 페르난데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첫 미국·필리핀·일본 3국 정상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활동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같은 새로운 안보 협의체를 구축한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미국·영국·호주가 삼자 안보 동맹 오커스(AUKUS)과의 기술 협력도 내세운다.

특히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지휘통제' 연계를 합의할 전망이다. 동아시아 주변에서의 미군 기동력을 높이고, 미군과 자위대 간 일체 운용성도 높인다. 방위장비품 공동 개발·생산을 위한 협력 강화도 내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이 단독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과) 일본의 방위 협력이 정체될 위험이 있다. 이에 앞서 미일이 손을 잡고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는 체제를 정비하려는 생각이 엿보인다"고 닛케이는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양국 간 갈등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은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앞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는 '일본제철의 미 US스틸 인수'에 대해 이번 방미에서 다루지 않을 생각을 시사했다.

한 외무성의 간부는 닛케이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두로 이기적인 국제정세 아래, 어느 후보가 이기더라도, 일본이 안보에서도 경제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는 바이든 대통령을 배려해 관련 사안을 다루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시다 총리는 미일 동맹 관계가 미국의 경제, 안보에도 큰 혜택을 가져다 준다고 과시할 생각이다.

그는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한다. 2025년 가동 예정인 공장은 5000명 이상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일본이 미국에 투자해 고용 창출, 환경 대책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연출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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