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를 출입하면서 그간 여러 차례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취재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본격적인 심의의 장이 열리기도 전에 벌써부터 '장외전'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업종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 우려 등으로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 해인 1988년 뿐이었다. 이후에도 매년 심의 안건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표결 끝에 부결돼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기류가 다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돌봄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차등적용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장관은 "최임위에서 수용성 높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발언해 노동계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에 대해 가사·육아 취업을 허용하고,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차등적용 논란은 연일 확산일로다. 노동계는 근로자위원 2명을 '돌봄 노동자'로 전진 배치하며 맞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당장 첫 회의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1차 회의는 현 최임위원들이 3년 임기를 마치는 5월13일 이후로 전망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위촉되는 공익위원들에 누가 인선되는냐가 최대 변수다. 이들은 노사 대립 구도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만큼 표결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정부 성향에 맞는 인사들이 위촉된다면 심의는 노동계 반발에 첫 발조차 떼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에도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의 공정성 문제로 사퇴를 촉구하면서 첫 회의부터 파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파행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 이미 첫 회의가 예년인 4월 중순보다 늦은 데다 심의 절차상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의결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를 놓고도 노사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충분한 심의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심의 기간, 횟수보다 심도 깊은 논의일 것이다. 다만 그간의 심의 과정을 떠올려보면 올해도 결국 소모적인 논쟁과 막말, 고성, 퇴장 끝에 공익위원 주도로 결정하는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답정너', '졸속 심의' 논란이 다시 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에 차등적용 이슈까지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새 위원들로 꾸려지는 올해는 부디 파행·졸속 반복이 아닌 달라진 최임위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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