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리딩 첫날 운명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장이 요동치고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끓어올랐죠."
뮤지컬 '일테노레'의 주역 윤이선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서경수(35)는 최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테노레'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연장 공연을 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서경수는 2006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앙상블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2013년 '넥스트 투 노멀'에서 게이브 역을 맡으며 매력을 드러냈고, '베어 더 뮤지컬'로 '킹카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섬씽 로튼'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후 '위키드', '킹키부츠'에서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였다.
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서경수는 "지금까지는 감초같은 역할을 주로 했는데 정적이면서 유약하고 성장해나가는 역할을 맡게 됐다"며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 안에도 윤이선의 모습이 있다"고 했다.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창조해낸 '일테노레'는 일제 강점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과 '이수한'을 통해 식민지 청년들의 꿈과 고뇌를 다룬다.
그는 "사실 오디션 제안을 받고, 왜 이 배역을 제안했는 지 의문이 들었다"며 "물론 좋은 배역이지만 윤이선은 성악을 하는 인물인데 이런 배역을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가 주로 하던 발성이 아니어서 고민이 컸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이 너무 좋고, 그냥 하고 싶었어요. 성악 레슨을 받고 해부학적 발성, 성악 발성 등을 공부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발전하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합니다."
서경수는 윤이선을 연기하며 상대역 서진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가장 공을 들였다. "꿈에 대한 간절함도 있지만 저는 서진연에 대한 윤이선의 마음에 더 집중했습니다. 윤이선의 가장 큰 꿈은 서진연이었던 것 같아요. 오페라라는 꿈을 더 간절하게 꿀 수 있었던 이유가 서진연이고요. 그런 마음들을 더 잘 표현하려 했어요."
그는 "일테노레의 음악, 선율이 너무 좋다"며 "연습을 하면서도 매일 눈물바다였다"고 했다. "노래를 듣다보면 벅차고, 마음에 소용돌이가 쳐요. 윌(윌 애런슨 작곡가)과 휴(박천휴 작가)를 만난 게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일테노레의 팬이 됐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한 그는 고비도 겪었다. 뮤지컬을 그만 둘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뮤지컬이 제 꿈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방어기제가 강한 편이고, (무언가에) 목매고 싶지도, 다치고 싶지도 않았죠. 5, 6년 전쯤?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서 정말 뮤지컬을 그만두려 했어요. 그런데 진짜 안 하려고 하니 알겠더라고요. 제가 뮤지컬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후 서경수는 달라졌다. "그 후에 했던 작품이 섬씽로튼이었고, 킹키부츠 때부터 확실히 변화가 있었어요. '그래, 잃을 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 강해졌죠. 전에는 많이 조심스러웠다면 그때부터 하고 싶으면 무조건 도전해요. 태도 자체가 달라졌어요."
댓글은 보지 않는 편이다. 좋은 말들은 흘러가고, 나쁜 말들만 가슴에 박혀서다. "예전에는 관객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서 댓글을 찾아보고 했는데, 안 좋았어요. 나쁜 말들이 박혀서요. 공황 비슷하게 온 적도 있고요.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과잉반응해서 연기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팬카페만 들어가요."
가족이 그의 원동력이 됐다. "어머니가 말했어요. '경수야 너무 조급해 하지 마. 인생은 마라톤이야.' 지금은 천천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지금을 걸어가자고 생각해요. 엄마, 형, 형수, 조카들,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그는 "연기도, 노래도, 춤도, 무대 위 라이브도 좋다"고 했다. "제 향후 계획은 '뮤지컬'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게 뮤지컬이고, 앞으로도 뮤지컬만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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