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선 끌다 양식장 '쾅·쾅'…예인선업체 배상책임 한도는?

기사등록 2024/04/02 07:00:00 최종수정 2024/04/02 09:01:29

예인선 업체 '선박 책임 제한' 신청했지만 1·2심 모두 기각 결정

법원 "책임한도액은 바지선까지"…포함 여부 따라 10배 이상 차

운항주체, 업체간 관계, 선박 이용 계약 내용, 과실 영향 등 판단


[광주=뉴시스] 광주고등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바지선을 이끌며 항해하던 예인선이 해조류 양식장과 충돌해 파손 사고를 냈다. 예인선 업체의 배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선박 이용계약 내용 등 구체적 사실에 따라선, 예인선 업체의 책임 한도액을 바지선까지 함께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5민사부(재판장 배기열 고법원장)는 선박업체 A사가 '선박책임 제한' 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1심 결정에 불복, 항고한 데 대해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 결정과 마찬가지로, A사 소유 예인선이 낸 양식장 파손 사고에서 책임 한도액은 바지선의 톤(t)수까지 모두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선박책임 제한'은 선박 운항 사고로 인한 물질적 손해 배상 책임을 일정액 한도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선박업체 등이 법원에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아야만 '선박책임 제한' 절차가 개시된다.

앞서 A사의 141t급 예인선은 지난 2020년 3월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4725t급 무동력 바지선을 끌고 항해하던 중, 두 선박 모두 해조류 양식장(총 면적 100만㎡) 시설물 일부를 파손했다.

이후 피해 어민들은 예인선 업체 A사, 바지선 소유 업체와 사고 당시 두 선박을 실제 운항한 B사 등을 상대로 "양식장 파손 피해액 8억 9000여만 원을 손해 배상하라"며 민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에서 A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만 일부 인용,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손해배상소송과 별도로 A사 측은 법원에 선박책임 제한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해조류 양식장.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음.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핵심 쟁점은 사고를 낸 예인선 선사 A사의 손실배상 책임한도액에 바지선까지 포함할 수 있느냐였다.

상법 제770조 1항 3호에 따라 인명 피해가 없는 사고에 대한 선박 소유자의 책임한도액은 선박 톤(t)수 등으로 산정한다.

A사 소유의 예인선만 산정한 책임 한도액은 1억 47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당초 어민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4725t에 이르는 바지선의 책임한도액 15억 5000여만 원까지 포함하면 물질적 피해를 본 상대방(채권자)이 A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 배상액은 16억 9900만 원대까지 늘어난다. 바지선의 산정 포함 여부에 따라 책임한도액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A사는 "사고 당시 B사가 예인선과 바지선을 용선(배를 세내어 얻음) 운항했다. 바지선 이용 관계가 없어 (배상) 책임은 예인선 톤(t)수에 그쳐야 한다. 바지선을 용선했다고 보더라도, 정기 용선 계약으로 선박 소유자에 준하는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며 책임 제한 절차 개시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7월 열린 1심에선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항고심 재판부 역시 1심 결정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와 B사는 사실상 특정 일가에서 모든 지분을 나눠 가진 이른바 가족회사로 봐야 한다. 용선 계약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보험사 담당자간 대화에서 A사가 직접 예인선을 운항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바지선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바지선 선주가 고용한 승무원이 운항하는 서비스를 받는 정기 용선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A사가 선적 용량 확보 차원에서 단순히 바지선 자체를 이용, 즉 선체 용선 계약을 맺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면서 "A사는 상법 제850조 1항에 따라 제3자에 대해 선박 소유자와 동일한 권리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예인선 선장 등은 전방주시 의무 태만의 과실로 침범한 양식장에서 빠져나오다가, 강한 조류로 바지선까지 떠밀리며 해당 시설이 부서졌다. 예인선 측 과실이 바지선 항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며 "A사의 책임한도액은 예인선뿐만 아니라 바지선의 톤(t)수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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