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닌 개나리축제 왔다"…서울 벚꽃축제 '한산'

기사등록 2024/03/31 14:37:23 최종수정 2024/03/31 14:48:34

2024 여의도 벚꽃축제 셋째날 '썰렁'

벚꽃 없는 벚꽃축제…시민들 "실망"

"다음주 벚꽃 다 필 것"…기대하기도

[서울=뉴시스] 이소헌 수습기자 =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의 벚꽃길. 벚꽃나무들이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모습이다. hone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수습 기자 = '벚꽃 없는 벚꽃축제'로 개막한 여의도 벚꽃축제가 셋째 날에도 앙상한 나뭇가지만 거리를 메우면서 시민들의 실망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분홍빛의 벚꽃 대신 노란빛의 개나리를 감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 주 다시 벚꽃길을 오겠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 시민도 있었다.

31일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지난 29일 개막한 2024 여의도 벚꽃축제는 내달 2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는 이 축제에 35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벚꽃축제 셋째 날인 이날 오전 뉴시스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윤중로) 벚꽃길(1.7㎞)에는 벚꽃이 만개한 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다.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벚꽃길을 가득 메웠다.

벚꽃 개화 시기를 놓쳐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열었던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에는 개화 예상 시기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벚꽃축제를 열었으나 잦은 비와 꽃샘추위 등으로 개화 시기를 또 놓친 것이다.

내몽골고원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가 국내에 유입된 데다가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 수준을 보이면서 관광객 발길도 뚝 끊겼다.

벚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벚꽃길로 나온 시민들은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70대 여성 허모(71)씨는 "꽃 안 핀다고 알고도 운동 삼아 나왔는데 이렇게까지 안 필 줄은 몰랐다"며 "개나리만 펴서 개나리축제 같다"고 웃어 보였다.

윤중로 초입에서 만난 60대 남성도 "벚꽃축제가 아니라 개나리축제다. 개나리축제"라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지은(25)씨는 "벚꽃이 하나도 없어서 왔다가 돌아가는 중이다"며 "개나리 말고 벚꽃 보러 온 거라 짜증이 나려고 한다. 여기까지 오지 말고 동네에서 대충 볼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일말의 기대를 갖고 온 시민들은 벚꽃길이 아닌 마포대교 앞 횡단보도에 위치한 만개한 벚꽃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는 분위기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18)씨는 "윤중로에 벚꽃이 안 펴서 이거(마포대교 앞)라도 찍으려도 했다"며 "올해 벚꽃이 빨리 핀다고 해서 축제도 당긴 걸로 아는데 이렇게 안 필 줄은 몰랐다. 많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50대로 추정되는 외국인 커플은 윤중로 가운데 위치한 조화 벚꽃과 '인증샷'을 찍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인석(59)씨는 "너무 당황스럽다"며 "축제 여기서 하는 게 맞나 싶었다"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근에도 관광객 대신 부활절 계란을 나눠주는 교인들로 가득했고, 벚꽃길 주변 곳곳에서 "이게 뭐야" "여기 맞아?" "벚꽃이 하나도 없는데?" 등 입밖으로 터져 나오는 불만들이 들렸다.

다음 주 다시 벚꽃길을 찾겠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미국에서 여행 왔다가 벚꽃축제에 방문한 레베카(24)는 "실망스럽다. 벚꽃 보려면 다음 주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며 "다음 주에는 다 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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