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CCTV엔 의심 정황 있어도 직접 증거 없다"
'와인 횡령 은폐하려고?' 의심 만으로 단정 안 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일하던 주류판매점에서 재고 정리 파일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를 가져가 숨긴 혐의로 기소된 50대 직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인정됐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항소부·재판장 연선주 판사)는 재물은닉 혐의로 기소돼 1심 무죄를 선고받은 A(52)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6월 10일 오후 4시 34분부터 35분 사이 자신이 일하는 전남 여수시 한 주류 판매점에서 노트북에 꽂혀있던 동료 B씨의 USB 1개를 가져가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B씨 소유의 USB에는 매장 판매품의 재고 정리 파일 등 시가를 알 수 없는 전산 정보가 담겨 있었다. 피해자인 B씨는 "A씨가 매장 판매용 와인을 빼돌린 사실을 숨기고자 USB를 가져간 것 같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인 B씨의 수사기관·법정에서의 진술,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등을 증거로 들어 A씨를 기소했다.
당시 B씨는 A씨가 매장 물품을 횡령하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창고 쪽 문 앞에서 노트북으로 재고 관리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주변을 살피며 USB가 꽂혀있던 B씨의 노트북 주위를 배회하고, 마치 영상이 촬영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만들려는 듯 거듭 문을 고정하려는 모습 등이 담겼다.
앞선 1심은 "A씨의 각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수상해 마치 일부러 CCTV 사각지대를 만들어두고,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화장실 쪽 창고에 숨겨두고 돌아온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면서도 "A씨가 USB에 손 대는 행위가 촬영되거나 목격한 사실이 없고, 무엇보다도 당시 간단한 현장 수색에도 USB는 발견되지 않았다. 객관적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A씨가 USB를 취득한 뒤 숨겼다는 사실에 대한 아무런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B씨가 A씨의 매장 내 와인 횡령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자신의 횡령 사실을 숨기고자 가져간 USB를 은닉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봤다.
또 "비상계단 등을 통해 노트북이 있던 장소로 접근하면 CCTV 영상에 추적되지 않을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 오인의 위법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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