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불교미술 조망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27일 개막
불화, 불상, 자수등 한·중·일 불교미술 걸작품 92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불교 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세계 최초로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27일부터 6월16일까지 개최한다.
2023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재개관한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시다.
이번 전시는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석가모니 일생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 세트의 일부인 '석가탄생도'(일본 혼가쿠지)와 '석가출가도'(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를 세계 최초로 한 자리에서 전시해 주목된다.
또한 석가여래삼존도'(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47건이 한국에서 처음 전시되고, '금동 관음보살 입상',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불교미술 걸작품 92점 한자리
이번 전시는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귀중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한국미술 48건, 중국미술 19건, 일본미술 25건)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 제목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 은 '숫타니파타(석가모니부처의 말씀을 모아 놓은 최초의 불교 경전)'에서 인용했다.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연꽃’에 비유했다.
한국에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을 포함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의 소장처에서 국보 1건,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 등 40건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현지정문화재 1건 등 52건을 전시한다.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기원후 1세기경 부처의 가르침이 동아시아로 전해진 이래 여성은 불교를 지탱한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기여해왔다. 이 전시를 통해 진흙 에서 피어난 청정한 연꽃처럼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의 당당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시대와 지역, 장르의 구분을 벗어나 여성의 염원과 공헌이란 관점에서 불교미술을 조명하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전통미술 속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연계 국제 학술 포럼· 몰입감상 등 운영
전시와 연계하여 불교미술에 대한 연구 현황을 공유하고, 전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이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는 18일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국내외 불화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 학술 포럼(불화 속 여성, 불화 너머 여성)이 열린다.
큐레이터 토크는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가 전시 기획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3월28일, 4월4일 리움미술관 강당과 호암미술관 워크숍룸에서 각각 펼친다.
이어 5월부터 고려와 조선시대 불교조각과 불교사 전문가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강연 시리즈를 5월9일, 5월23일, 6월6일 3회에 걸쳐 호암미술관 워크숍룸에서 진행한다.
또한 전시 대표작을 함께 깊이 들여다 보며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몰입감상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1) 간절히 바라옵건대, 2) 여성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 3) 여성의 모습을 한 관음들’을 주제로 총 11회 개최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어린이 전문강사와 협업하여 고려불화의 문양을 통해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5월과 6월, 총 5회 가진다. 전시 기간 중 무료 오디오 가이드(큐피커)와 매일 오후 2시, 4시에 전시 설명 도슨트(50분)를 운영한다. 관람은 2주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관람료는 1만4000원.
◆벚꽃 군락지 호암미술관…대자연과 함께 전통과 현대미술 향유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 컨셉으로 호암미술관에서는 ‘23년 김환기 회고전, ‘24년 하반기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 등 고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하여, 수도권의 주요 미술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원문화의 진수를 재현한 전통정원 '희원'과 미술관 앞 호수 주변에 펼쳐진 ‘가실벚꽃길’은 용인 최고의 벚꽃 군락지로 인기다. 희원 연못의 관음정(觀音亭)과 어우러진 연못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구슬 작품 '황금 연꽃'이 피어있고, 미술관 진입로 부근 호수 앞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이 압도적인 모습을 뽐낸다.
호암미술관은 대자연의 유려한 풍광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사립미술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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