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표심 공략 공약도 봇물
22일 각 당 캠프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선거구에 포함된 유성구 지역구 후보들은 물론 다른 지역구 후보들도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따른 표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전은 '과학수도'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야권은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R&D 예산 삭감으로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고, 여권은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논리로 맞불을 놓고 있다.
R&D예산 삭감 이슈의 한 복판에 있는 지역구는 유성구을 선거구다. 내리 5선의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 지역구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치 초년생인 한국천문연구원 출신 황정아 박사를 전략공천하면서 파격적인 맞드라이브를 걸었다.
황 후보는 "국민들은 국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과학기술 R&D 예산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현장 과학자, 청년 연구자들이 예산 삭감해서는 안 된다 외칠 때는 '입틀막'하더니 이제와 복원하겠고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국민의힘이 '삭감된 R&D 예산, 전부 복원'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며 선전전을 펼치자 적반하장이라며 "태도가 본질이다. 안하무인 국힘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첫 머리 공약으로 삭감된 R&D예산 4조6000억원 전액 복원과 함께 향후 R&D 예산에 국가 예산 5% 이상 투입을 법제화하는 ‘R&D 예산목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장 R&D 예산 복원을 위한 5000억원 규모 ‘R&D 추경’을 추진하고 일괄 삭감된 계속과제 연구개발비를 신속히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과학계 정년을 현행 61세에서 IMF이전 수준인 65세 환원과 함께 출연연구기관 정원 확대와 경상비 현실화, 한국전력기술 원자로 설계본부 경북 김천 이전 계획 백지화, 임금피크제 해제와 PBS제도 개선, 퇴직과학자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 구축약속도 잇따라 내놨다.
지난 14일 대전을 찾은 이재명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R&D 대폭 축소 때문에 대전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표심을 자극했고, 필승결의대회에서 각 후보들도 결의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무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지역이 대전"이라며 같은 논리를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합의를 통해 예산이 확정되는데 국회 다수석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최종 책임이 있음에도 정파적인 공격을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성과가 없는 나눠먹기식 R&D로 방만하게 예산을 운용한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하는 것을 민주당이 정략화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서 R&D 예산 대폭 확대 약속을 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상민 후보는 20일 열린 선대위출범식에서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곳은 국회다. 170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모든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데 지역예산 때문에 부랴부랴 통과시킨 것"이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예산 통과될 때 무얼 한 것이냐"며 민주당 책임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학계 공략을 위한 10대 공약을 대거 제시했다. 과학자 정년을 65세로 환원하고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을 위해 사립학교교원연금 수준으로 과학기술인 연금을 확충하고, 과학기술인을 예우하고 기리는 공간 조성, 과기부 부총리제 승격을 제안했다.
안정적인 연구환경 수립을 위해 정부가 대폭 삭감한 R&D 예산을 원칙적으로 전부 복원하고,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세출예산의 5%를 R&D 예산으로 하는 의무 법제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대전에 있는 한전기술 주식회사의 원자로 설계개발본부의 경북 이전 반대와 한국첨단반도체기술센터 유치,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추진도 약속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로 출마한 유성구을 김찬훈 후보도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것이 많다"며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과학연구의 산업기술 영향 평가, 로드맵, 사후 성실실패 평가를 맡길 독립적인 과학기술정책개발청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대덕특구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상급병원이 없는 유성을에 (가칭)카이스트 원자력병원설립하고, 유성에 2030년까지 특허기술로 무장한 2000개 스타트업 단지를 조성, 유성구를 특구단지 예산 편성권과 세제 지원, 투자 규제 폐지 등 특별한 정책이 지원되고 집행되는 ‘유성과학디지털특별자치시’로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대덕연구단지가 직접 피해를 보게 되면서 연구자는 물론 가족과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론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서 책임 소재를 놓고 강력한 공방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전지역 총선 정국뿐만 아니라 이미 전국 이슈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선거판 전체를 흔드는 메가 이슈로 더욱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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